북한으로부터의 주민탈출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철옹성에 가두어 사육하는 것도 한계는 있는 것일까?
6.25 휴전 이후 피의 숙청과 함께 주민등록사업으로 마무리된 신분분류에 따라 계급사회가 구축되고부터 전 주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군 간부와 당 관료 사회를 제외한 일반 주민의 생활은 말이 아니게 어려워져 갔다.
오늘의 저 같은 경제 붕괴는 북한체제로는 필연이라는 것이 서방 관측자들의 한결같은 결론이다.

首都라고 하는 평양의 생활은 좀 낫다고 하지만, 그것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일부 소수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전력부족으로 엘리베이터도 사용할 수 없고 수돗물도 끊긴 10~15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뭘로 설명해야하나.
배란다가 있거나 혹은 집 가에 빈 터라도 있으면 거기서 푸달진 채소라도 가꿀 수가 있다.
그러나 그마저 도둑맞을까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이전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을 이용하여 돼지나 닭을 길렀다.
하지만 지금은 돼지를 도둑맞기 때문에 집 안에서 기른다는 것이다. 人豚 합숙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간부들 집도 별 수 없이, 물은 들통으로 퍼 날라야 되고 수세식 변소는 문을 닫아버릴 수밖에 없다.
궁색하게 장만한 요강에 볼일 보고 배설물은 흙에 섞어 비료 대용으로 집단농장에 판다.

앞으로 북한은 언제까지 국제 앵벌이 신세로 살아갈 것인가.
국제사회도 더 이상 북한의 現體制를 존속하도록 바려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경제개혁을 거부하고, 원조를 받아야할 사람들의 실상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정치적 목적을 人道的 至上命令보다도 우선하려는 체제는 국제사회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 배급제도에는 반드시 암시장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암시장의 물건 값이라는 게 워낙 비싸서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쌀 1킬로그램 값이 한달치 월급에 상당한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뭔가 조금이라도 팔아서 돈을 얻으려고 한다.
이미 일꺼리가 없어진 공장 노동자들은 나라 안을 헤매면서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다.

북한은 애초 주민 이동을 철저히 제한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통제는 무너진 지 오래다. 더 이상 소단위 폐쇄조치는 기능 상실했다.
주민들은 눈을 질근 감고 당 서기나 보위부원들의 옷소매를 끌어당겨 몇 푼 찔러주고 값이 가장 싸다고 하는 곳(그런 곳이 있기나 한지?)을 찾아 먹거리나 옷가지를 사러간다.

기차시간표라는 것은 볼 것도 없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 만나면, 승강구가 따로 없이 열차의 창문으로 비집고 들어가 기차에 탄다.
그 뒤부터는 또 철도보위원이나 도둑에 신경을 써야한다.
지금은 박물관 진열품이 됐어야할 옛날 고물 열차 안은 숨이 막힐 지경이고, 곳곳에서 아비규환의 광경을 봐야한다.
그마저 고장이라도 나면 가는 곳은 부지하세월이다.

이와 같이 하루하루 목숨을 건 생존투쟁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김정일이 아무리 선전 선동영화나 공식연설로 軍 黨과의 유대를 높이라고 외친들 결과가 있을 리 없다.
주민은 이미 권력에서 이탈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동물 이하로 끌려 내려갔어도 사람인 바에, 북한 주민들이라고 왜 감정이 없겠나?
당 간부들과 군대는 주민들의 굶주림과는 상관없이 식량 때문에 걱정은 안하는 별 계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너희들이고 우리는 우리라는 식의 이탈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식량과 생필품이 극도로 결핍한 속에서도 아직 북한 주민들은 체제 그 자체에 대해서 저항하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항의하고 요구하면 돌아올 것은 가혹한 처벌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줄 서 있던 할머니 하나가 누구를 대놓고 욕할 것도 없이 신세타령을 했다.
<정말 힘들구만. 옛날 최악의 일본통치 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그 할머니는 당장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갔다.

누구든지 자기만을 생각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어떻게 해서든 해나갈 수밖에 없는 극도의 개인주의시대가 도래했다.
朝鮮이 제 운명을 스스로 지배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主體思想은 집단적 의미가 아니라 가장 개인적인 의미로 해석이 바뀌었다.
도둑이 늘고, 폭력이 번지고, 경비는 점점 엄중해지고, 누더기를 걸친 어린이들이 배회하고 있다.

꽃제비라는 이름의 거지아이들은 먹을 것을 구해 국경을 넘기도 하고, 장마당에서 도둑질은 이미 그들의 직업이 되었다.
작당을 해서 공사장이나 창고 또는 폐 가옥에서 잠을 잔다.
보위부원은 이들을 붙잡아 유치장에 넣지만, 거기라고 먹여줄 만한 식량이 있을 리 없다.
도대체 이런 사회가 어찌 국가의 탈을 쓰고 주민들을 통치하겠다는 건지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북한 사회 전체가 기근 때문에 동요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것, 동양에서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집단마저 파탄에 이른 것이다.
사람들은 식량을 구해 어덴가로 떠나지만, 때로는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거나, 아니면 싸우거나 술주정 부리다가 감옥에 갇히기 일쑤다.
군대가 있는데도 양곡은 도둑을 맞고, 중국국경에서 팔기 쉬운 구리철이라든가 금속조각이나 기계부품들은 자취를 감춘다.

이 民族悲劇의 끝은 어디인가?  

잠깐 한 말씀.
오늘 이 글이 연재 10번째 글이다.
지난 9번째까지의 졸문을 읽고 격려까지 주신 독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린다.
이 글을 쓰고자 마음 먹은 지는 10년이 넘지만 그동안 내 개인 사정(솔직이 컴맹)과 남북한의 정세변화 등 좀 두고 보자해서 미루고 미루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컴을 배우고 간간이 나름으로 파악한 북한실정을 단편적으로 써 올린 바 있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지만, 별 재미도 없는 글, 단 몇분이라도 진지하게 읽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보람을 느끼고 애초 생각했던 데로 연말까지 이어갈까 한다.
그리고 기회 닿으면 재편집 증보하여 단행본으로도 펴낼 생각이다. 

華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