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북한 땅이라고 하지만 농경지가 많은 남부와 서부라든가 南浦, 元山 같은 원조물자가 들어오는 항구, 그리고 평양은 다른 공산국의 수도와 마찬가지로 밖으로 향한 공적인 쇼윈도 역할 덕분에 참상은 다소 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90년대 최악의 시기보다는 다소 나아져 보이기도 한다.

사람을 잡아 먹었다거나 국경에서 실종된 어린아이가 육고간의 도마 위에 올려놓아졌다는 이야기는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사람고기를 돼지고기와 섞어 시장에서 판 살인자들이 처형되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은 1999년의 일이다.

2003년부터는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비참한 상황은 여전하다.

어디 굶어 죽는 것뿐이겠는가?

감기가 걸려도 약 한 알 구할 길 없어 합병증으로 죽고, 오염된 식수 때문에 이질, 설사하다가 역시 죽어 간다.

영양실조로 저항력이 떨어진 노인층과 어린이들이 더욱 심하다.

의료 무방비 상태는 거의 都農의 차이가 없다.

그뿐이 아니다.

영하 10도 20도 심지어 25가 되어도 난방 없는 집에서 굶주린 약체로는 배겨날 길이 없다.

특히 2000년 겨울, 평양의 10층 20층 고층 집단아파트 촌에서는 매일 아침 트럭으로 凍死者를 실어 날라다가 집단 매장했다고 한다.

식량뿐이 아니라 에너지나 의약품 궁핍의 깊이는 점점 깊어간다.

이런 조건 하에서 당연히 어린이들은 수업을 빼먹을 수밖에 없다.

의욕도 기운도 없는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와도 그냥 앉아 있을 뿐 공부가 될 리가 없다.

기근소년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그 사회가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공장은 건강한 노동력을 잃었고 전력은 물론 교환 부품 부족에, 원료난으로 가동률이 20%도 안 된다.

병원도 다를 것이 없다.

연료부족으로 난방은 극히 제한되고 설비의 노후화는 가히 살인적이다.

저런 의료설비로 과연 사람 목숨을 건져낼까 할 정도다.

항생제도 없거니와 소독제도 없고 붕대 거스도 없다.

링거 병이라고 해서 맥주병에 더운 물 채워 거기에 설탕 좀 타서 血淸劑 대용으로 하고 있다.

마취제, 주사기, 각종 약제, 비누마저 부족하다.

수술용 장갑은 말할 것도 없고 수술 도중 빈번한 정전은 다반사다.

대부분의 북한 의사들은 과거 동독에서 교육 받고 돌아왔다.

그들의 학생시절 이후 발전된 의료기술은 아무 것도 모른다.

아이들은 작고 허약하다.

북한 어린이 일곱 살 어린이는 한국의 어린이보다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가볍고 키는 20센티가 작다.

열네 살 먹었다는 아이가 아홉이나 열 살 쯤이나 되 보일까?

1995년부터 1997년 사이의 사망률은 두 배로 늘고 최악의 시기에는 천 명당 56명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은 천 명당 불과 7명으로 떨어졌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주민이 같은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엘리트냐, 당원이냐, 항일유족이냐, 혁명유족이냐, 보통 시민이냐, 혹은 가족 중 누가 남한에 살고 있어 믿을 수없는 불온분자의 일원으로 의심 가는 자인지를 따져 배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6.25 휴전 후 실시한 주민등록사업에서 계층 분류한 54개 신분 중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식량배급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계급 없는 평등사회라고 주장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이면이 얼마나 더러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당·군 간부 엘리트들만은 배고픔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김정일과 그 주변을 맴도는 군상들은 또 다른 특별케이스다.

특별기를 이용해서 맛 좋은 식료품을 사들이고 스위스나 포르투갈 같은 유럽에 호화별장, 홍콩이나 그 밖의 美港에 정박하고 있는 호화요트 등 그 사치는 헤아리기 힘들다.

鴨綠江 하구의 국경도시 新義州를 바라보는 중국의 丹東에서는 북한의 많은 간부들이 별채 집을 가지고 어떤 자는 스파이 활동을 하거나 또는 어떤 류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자들은 북한 주민들로서는 꿈도 못 꿀 풍족한 물자 속에 배를 두들기며 산다.

기근 직전, 북한 주민에게는 1인당 하루 4백 그람의 쌀과 잡곡이 2주마다 배급되었다.

군인은 7백 그램이, 초 중학생은 4백 그램, 3세 이하 어린이는 1백에서 2백 그램이 그리고 북한에서는 60세 이상이면 아주 늙은이로 취급되어 배급량이 점점 줄어 하루 3백 그램을 탔다.

여기에도 커다란 문제가 있다.

기근이 최악이었던 때에 하루 2백 그램까지 줄었던 배급량은 90년대 초의 당초 수준으로 회복되질 않았다.

이처럼 많은 북한 주민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위해 목숨마저 거는 마당에, 죽은 자들 가운데는 믿기지 않는 풍요의 혜택이 주어지는 자도 있다.

김일성이 죽어 모셔진 錦繡山 紀念 宮殿에는 2억 달러라는 거금이 퍼부어졌고, 위대한 지도자의 생일기념일마다 돈이 물 쓰듯 뿌려진다.

아무래도 정상은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그야말로 노무현이 주장하는 兩極化 現象을 본다.

華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