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답답하기 그지없는데 이에 보태어 더욱 우리를 짜증스럽게 하는 것은 신문과 방송에 도배되고 있는 X-파일이다.
X-파일의 내용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으므로 국민들이 더욱 궁금해하는 것은 왜 하필이면 6자 회담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무엇을 노리고 누가 배후에서 이를 조종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점이다.

이와 같이 의심을 하는 이유는 X-파일이 안기부라는 국가기관에 의해 도청되었고, 그 도청내용과 도청활동을 비밀로 해야 하고 폭로할 경우에 폭로한 자신도 사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안기부 직원에 의해 폭로되었다는 점이다.

삼성과 중앙일보가 잘 했다고 할 수 없지만 워낙 덮어씌우기를 잘하는 좌익정부라 국민은 이번에 누구에게 무엇을 덮어씌우려는 지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훈련중인 미군 장갑차에 의한 우연한 교통사고를 고의적인 살인으로 몰아 전국을 효순이 미선이 촛불시위로 몰고 간 저들의 광란적 반미선동을 우리는 이미 보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불순한 의도는 25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주례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과거의 낡고 병든 구조와 문화가 종합돼 있는 구태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거대 권력이라고 볼 수 있는 정치권력, 언론, 자본, 그리고 검찰 및 과거 안기부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에서 단편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다.

또한 25일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도청내용과 관련해 “불법 취득한 정보라도 과거에 저질러졌던 정-경-언 유착 등 범죄를 은폐하지 말고, 부정의 유형을 드러내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지게 해야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국민의 여론이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두사람의 대화가 사실이라면 녹취록에서 이회창에게 지원된 액수는 밝히면서도 김대중에게 지원된 액수는 언급되지 않은 것은 정황상 녹취록 일부가 조작되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으며, 여기에서 그들이 보호해야 할 사람과 죽여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도청내용 보도와 함께 삼성이 관리하였다는 엘리트 검찰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는 검찰의 기를 죽여 검찰이 삼성수사에 총진군토록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또 한번 어두웠던 과거의 관행을 들춰내어 반대하는 세력을 기득권층으로 매도하고 땅에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속보이는 짓이 아니길 기대한다.

배성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