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아메리칸 항공의 본사 소재지이자 박찬호가 활약 중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본거지이기도 한 댈러스. 이곳 댈러스의 국제공항은 삼성전자가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일부터 문을 연 이 공항의 D 국제선 터미널 청사와 청사 내 하얏트 호텔 등에서는 400여대의 삼성 LCD TV가 뉴스와 함께 쉴새없이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쏟아낸다.
5개의 청사 안에서 이용객들의 통행이 가장 빈번한 길목에는 삼성제품 전시대가 설치돼 최첨단 휴대폰들을 선보인다.

D 터미널 청사에는 삼성 휴대폰을 거머쥔 3ｍ 높이의 거대한 손(手)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현대 첨단 문명이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상징한다.

아직은 아니지만 D 터미널에는 삼성 홍보 현수막이 38개나 설치돼 댈러스 공항을 통해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싫어도 삼성 브랜드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새로 로고를 제정하고 통합 이미지 제고 작업을 시작한 댈러스 공항은 청사 내 모든 안내판을 청색 바탕으로 제작해 삼성 로고와 이미지를 일치시키고 있다.

이는 삼성이 하루 이용객 15만명으로 세계 3위인 댈러스 공항측과 체결한 전략적 제휴의 결과다.
삼성은 미국 남부 항공교통의 축이자 중남미의 관문이며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첨단 정보기술(IT) 거점 도시인 댈러스가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곳으로 판단했다.
막 이미지 통합 작업을 시작한 댈러스 공항으로서도 세계 유수의 IT 기업인 삼성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해줄 수 있는 파트너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삼성과 댈러스 공항의 전략적 제휴는 이례적이면서도 파격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체가 공항 내 일정 공간을 빌려 제품홍보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자사 브랜드가 명기된 제품을 공항에 공급하는 일은 많았지만 전자업체와 공항이 장기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공동 브랜드 마케팅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다 보니 세세한 조건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댈러스 공항의 임원들은 경매에 올릴 경우 수백만 달러나 수천만 달러를 받아낼 수도 있었던 홍보 현수막 설치권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삼성에 내줬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들이 “통큰 ’텍사스 카우보이’ 기질을 드러낼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삼성은 이 제휴에 따라 적어도 댈러스 공항에서만큼은 ’터줏대감’ 노릇을 하게 된다.
경쟁업체인 모토로라나 노키아를 비롯해 어떤 업체도 삼성의 허락 없이는 공항 내에서 홍보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고(故) 존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현장에 설치된 댈러스의 ’6층 박물관’에도 삼성 휴대폰이 전시돼 있다.

리 오스왈드가 6층 창문에서 소총으로 퍼레이드 중이던 케네디 전 대통령을 암살한 옛 공인교과서 보관창고 건물에 설치된 이 박물관은 당시 격동의 역사를 취재한 기자들에 대한 기획전을 열고 있는데 이 전시회에서 현대의 기자들이 이용하는 첨단 기기들의 하나로 삼성 휴대폰을 제시한 것.

삼성 관계자는 “댈러스 공항과 삼성의 제휴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3년 후쯤 시작되는 댈러스 공항의 민영화에 삼성이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댈러스 공항이 ’삼성 공항’으로 명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공항의 5개 터미널에 설치된 비즈니스 센터들은 이미 ’삼성 비즈니스 센터’로 명명됐다.

댈러스=연합뉴스
2005.07.24 11: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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