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00여만달러의 빚을 지고 캐나다로 온 채무자를 납치하려던 한인 4명이 경찰의 추격전 끝에 고속도로상에서 전원 체포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7시45분경 해밀튼경찰국은 "남자들이 밴 트럭으로 함께 일하던 친구를 납치해 도주하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애타는 목소리의 전화를 받고 즉시 인근의 순찰차를 현장에 보냈다. 해밀튼 다운타운 포티노스 플라자(Fortino's Plaza·Dundurn St.)에서 일하는 제보자는 자기 차로 15인승 밴을 뒤쫓으면서 휴대폰으로 경찰과 계속 통화했다.

밴 트럭이 동쪽의 오크빌 방향으로 질주하자 경찰은 즉각 헐튼·필·온주경찰(OPP)에 협조를 요청, 순찰차 18대가 동원되어 고속도로 QEW의 포드 드라이브 부근을 차단시켰다. 도로선상의 모든 차들이 정지하자 경찰은 문제의 흰색 밴을 쉽게 찾아냈다.

밴은 경찰의 추적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경찰은 황진철(31)·김주엽(39)·박영화(39)씨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토론토 노스욕 교민(39)등 4명을 쉽게 체포했다. 피랍된 것으로 알았던 채무자는 밴 안에 없었다.

그는 앞서 플라자에서 자기를 잡으러오는 한인들을 발견, 가까스로 몸을 피해 무사했었다.

경찰은 방문자 자격으로 지난주 입국한 3명을 공갈 모의(extortion plot) 혐의를 적용, 조사중이다. 노스욕 교민은 수감 후 하루만인 14일 무혐의로 풀려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채무자는 휴대폰 관련사업을 하다가 몇 년 전부터 100만달러 이상의 부채를 진 채 캐나다에 왔으며 체포된 3명은 그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채권자인지, 아니면 채권자의 청탁으로 온 체포조인지, 그를 납치할 의도가 과연 있었는지, 납치했다면 그를 어떻게 할 의도였는지, 채무자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자 인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수년전 토론토에는 본국 형사들이 와서 채무자를 체포하려다가 오히려 이곳 경찰에 잡혀 창피만 당한 적이 있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부채관련 문제는 발생지가 한국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이 탄 차가 노스욕의 L여행사 소속임을 주목, "여행사와 혐의자들의 관계를 함께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플라자에서의 사건목격자들을 찾고 있다.
                                                              <자료=캐나다.해밀튼경찰국>

이종수 기자 okjscok@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