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발생한 토론토 업타운극장 건물 붕괴사고로 인한 부상자 14명 가운데 적어도 11명 정도가 한인학생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토론토경찰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극장건물이 무너지면서 인접 욕빌영어학원(Yorkville English Academy)을 덮쳤으며 학원의 지붕 붕괴사고로 인한 부상자 14명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결과 한국인 성씨를 가진 부상자가 최소한 11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한인 부상학생들은 토론토 종합병원과 세인트 마이클병원·아동병원 등에 분산 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피해자들의 부상정도에 대해서는 자세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병원마다 방문자들을 일일이 통제하고 있다.

한인학생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있는 각 병원에는 부모·친지들이 급히 연락을 받고 달려와 곁에서 치료를 돌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부상자 가운데 조기유학생 조모(10·영어명 Tommy)군은 어머니 및 누나(12)와 함께 욕빌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다 사고 당시 컴퓨터실에서 한국에 있는 아버지와 채팅을 하던중 학원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발목과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1시간여만에 구조된 뒤 토론토아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조군의 어머니는 9일 오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원건물이 크게 흔들려 처음엔 지진이 일어난 줄 알고 아이들이 있는 컴퓨터실로 급히 달려가 보았을 때는 이미 지붕이 무너져 상당수 학생들이 매몰된 상태였다』며 『그나마 딸아이는 무사한 편이었기 때문에 함께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아들은 다리가 건물잔해에 깔려 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군의 어머니는 이어 『건물더미에 깔려 있는 한국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조군은 학원건물이 무너졌을 때 단단한 의자가 막아주는 바람에 머리를 다치지는 않았으나 다리와 발목이 콘크리트 더미 등에 묻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1시간여의 구조작업 끝에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조군과 함께 아동병원으로 옮겨진 조군 누나는 발등을 비롯해 신체 일부에 부상을 입었으나 정도가 심하지는 않은 상태다. 2개월전 입국한 조군 가족은 2주전부터 노스욕 교민 김모씨 집에서 머물러 왔다.

토론토총영사관측은 『욕빌학원에 한국학생들이 적지 않았던 점 등으로 보아 한국인 피해자가 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캐나다 경찰이 피해자들의 신상보호 차원에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한국인들의 피해정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토론토 경찰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코스타리카 출신의 욕빌학원 수강생 아우구스토 세사 메히야 솔리스씨로 확인됐으며 부상자는 14명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83년 전에 지어진 다운타운의 명물 업타운극장의 철거작업이 진행되던중 발생했다. 최근 업타운극장 건물을 인수한 사업가 마코 무조씨는 이 자리에 50층짜리 콘도를 세우기 위해 건물철거 전문회사인 프리슬리 데몰리션에 철거작업을 의뢰했다.

올 9월에 열렸던 토론토국제영화제가 끝난 뒤에 폐관된 업타운극장은 이후 철거작업이 시작됐으며 프리슬리측은 8일 오전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밸무토 스트릿을 향한 극장건물 뒤쪽 부분을 부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 극장벽의 일부가 떨어져 나오면서 바로 옆에 있던 건물 2층의 욕빌학원 북동쪽 지붕을 덮쳤다.

지붕이 내려앉은 욕빌학원 북동쪽 공간은 컴퓨터실이 있던 곳으로 평소 학생들이 휴식시간에 이메일 등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던 방이었다.

욕빌학원 학생들의 상당수는 당시 휴식시간을 맞아 학원 밖에 있었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사고규모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었다. 학학원의 지붕이 무너지면서 매몰됐다가 구출된 사람들은 대부분 컴퓨터실에 있던 학생들이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토론토 경찰국은 구조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현장 주변 2km 상공 내에 비행중단 명령을 내린 뒤 소방국 등과 함께 탐지견 및 음성탐지기 등을 동원해 무너진 건물잔해 속에서 피해자들을 끌어냈다.

14명의 부상자 가운데 부상정도가 심하지 않은 11명은 토론토종합병원으로, 중상을 입은 또다른 1명은 세인트마이클병원으로, 조군 자매는 아동병원으로 각각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8시간에 걸친 구조작업을 벌인 토론토경찰국의 줄리언 팬티노 국장은 이날 저녁 『(1명의 사망자와 14명의 부상자 외에)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타운극장의 철거작업을 맡았던 프리슬리 데몰리션사는 71년 소규모의 가족회사로 출발했으며 지금은 토론토 일대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철거전문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수일전 철거현장을 찾았던 업타운극장 건물의 소유주 마코 무조씨는 철거작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당일 욕빌학원 인근 영/블루어 및 베이/블루어 일대는 차량통행이 금지된 바람에 극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이종수 기자 okjscok@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