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나 난민신청이 기각되는 바람에 추방위기에 놓여 있는 전 북한관리 리성대(37)씨의 사연이 주류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당국의 결정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따라 리씨의 향후 거취에 각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디 스그로 이민장관은 4일 『리씨건을 풀어나가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plenty of time)와 몇가지 선택(several options)이 있다』고 말해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음을 비쳤으나 더 이상의 설명은 피했다.

이같은 장관의 발언과 5일 오후 연방의회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야당의원들의 강력한 주장, 질문공세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의 한 관계자는 『리씨가 베이징 주재 북한 무역관리였다는 이유만으로 난민보호가 거부된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캐나다 당국은 리씨가 반인륜적 전범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했다』고 비난했다. 사면위는 세계적인 인권옹호기구로 후진국은 물론 선진국의 인권유린 사태가 있을 때마다 시정을 촉구하는 강력한 단체다.

또 잭 레이튼 연방신민당(NDP) 당수는 『당국의 결정은 끔찍하다(horrifying)』며 『캐나다는 북한의 공격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정작 리씨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국지 글로브 앤드 메일은 4일에 이어 5일자에도 「캐나다 정부의 북한 반체제 인사에 대한 처리 비난받다」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통해 리씨 부자의 이야기를 또다시 비중있게 다뤘다. 희미하게나마 리씨 부자의 얼굴 옆모습이 보이는 사진을 게재한 이 신문은 리씨가 추방당하면 북한에서 처형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각계의 반응을 실었다.

리씨는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당시 믿을만하다고 여긴 동료와 술을 마시면서 중국-북한 국경에서 붙잡힌 탈북자들이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말과 함께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을 실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씨는 이 대화내용이 북한당국에 보고되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3년전 부인 및 아들과 중국을 탈출, 밴쿠버를 거쳐 토론토로 피신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리씨는 중국 국경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은 양손에 구멍을 뚫리고 잠금장치가 채워진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글로브는『리씨가 북한당국을 위해 일하기는 했으나 북한체제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캐나다는 그를 반드시 구제해야 한다』고 전하고 한국일보와 조미래 변호사 등 한인사회가 나서 1,500여명으로부터 탄원서 서명을 받아 리씨 구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정상참작 이민」을 이미 신청한 리씨는 4일에는 「국경관리국(Canadian Border Services Agency)」에 별도로 「추방 재고를 위한 심사(Preremoval Risk Assessment·A6면 김운영 칼럼 참조)」를 요청했다.

정상참작 이민신청의 처리기간은 2년 정도로 긴 편이나 리씨는 추방재고 심사결과가 빠르면 5일중으로 통보될 수 있다는 국경관리국 관계자 말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밖에 토론토 스타도 「연방정부 북한인 처리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고 토론토 선도 「마지막 시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리씨를 돕기 위해 나선 조미래 변호사가 『리씨가 캐나다를 떠나면 처형당할 것이 뻔하다』고 한 말을 인용하고 한인사회의 리씨 구명운동을 소개했다.

리씨에 따르면 리씨의 아들 창일군(초등 1학년)은 매일 웃는 얼굴로 귀가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이종수 기자 okjscok@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