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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군사혁명 주체세력에 민정이양을 강력히 주장하다 구속되어 사형수로 15년 10개월간 감옥살이한 후 석방된 전(前) 국가재건최고회의 공보실장 원충연(83) 대령의 둘째 아들 원동훈(47)씨가 부친의 억울한 옥살이로 인해 받은 사회적 불이익과 정신적 고충으로 더 이상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난민(refugee)으로 허용되어 마침내 영주권을 받게 됐다. 한국인으로 정치적 망명이 근년에 허용된 것은 동훈씨의 케이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 동훈씨 가족과 함께 살고있는 원충연씨 역시 현재 영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84년도부터 87년까지 3년간 토론토에 거주하는 동안 친지들과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 등이 그를 대신해 제출한 난민신청이 당시 이민난민위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나, 노태우·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출마하는 대선(노태우 후보 당선)을 앞두고 귀국함으로써 영주권신청을 하지 않아 취소됐었다. 난민승인 후 6개월 이내에 영주권을 신청하지 않으면 무효 처리된다.

동훈씨가 아내 유선희씨 및 1남2녀와 함께 제출한 난민신청은 지난 5월16일의 청문회에서 난민사유에 대한 타당성이 인정받은 후 지난 6월26일부로 난민인정 판결 서류를 받았다. 이 서류에는 「난민보호국은 신청자를 협약에 부합된 난민으로 판결하며 따라서 이들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인다(The Refugee Protection Division determines that the claimants are Convention refugees, and therefore, the Refugee Protection Division accepts the claims)」라고 적혀있다. 협약이란 「난민보호를 위한 유엔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Refugees)」을 뜻한다. 캐나다도 협약에 서명한 국가중의 하나이다.

동훈씨의 난민신청을 담당한 이민전문 변호사 다니엘 킹웰(Daniel Kingwell: 「Mann & Associates」 변호사사무실 소속)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훈씨의 케이스가 난민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이례적이고 매우 희귀한 케이스로 생각한다』며 이런 류의 케이스가 받아들여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문회에서 난민판사를 설득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통상적으로 난민은 거주 국가에서 미래에 박해 등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난민절차는 어느 사람이 과거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닌지를 심사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정치적인 문제의 대부분은 군사독재와 그 직후에 있었던 것이고 지금은 민주화되어 사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동훈씨 가족은 한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입증시켜야 했어요. 경찰이 그의 아버지와 가족을 감시하기 때문에 경찰과 마찰이 많았고 아버지가 옥살이한 기록 때문에 직장잡기 어려움 등 한국에서는 살기 어렵다는 것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지요. 격론 끝에 설득에 성공했습니다.』

『아버지가 형무소에 있을 때 정보부 직원이 집 앞에 와서 지켰고, 출옥한 후에는 경찰서 정보과에 가서 아버지의 소재에 대한 보고서를 매달 경찰서에 가서 신고해야 했어요. 아버지의 소재를 경찰서에 가서 보고를 할 때마다 아버지가 감옥에 있던 15년과 출감 후에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이 격은 숱한 악몽의 편린들이 쌓여 심리적인 압박이 더욱 가중되어 갔습니다.』

그는 직업을 가져도 오래 있을 수 없었다. 건국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섬유관계 회사에 근무했으나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그후 주택관리사 시험을 합격하여 아파트관리인으로 일하다가 외부의 압력에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왔다.

동훈씨 가족이 난민심사에서 합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원충연씨의 난민신청시 제출한 방대한 자료. 이민난민국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찾아내어 신청서에 첨부했다. 이외에도 담당 변호사 다니엘 킹웰이 한국에 1년간 거주한 적이 있고 부인이 한국인이어서 한국을 1년에 한번 꼴로 방문해 한국사정을 잘 알고 있고 군사독재시절의 실상을 폭넓게 알고 있는 것도 변론에 큰 도움이 됐다.

동훈씨는 지난 26일 킹스턴 자택으로 찾아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7월경에 신청을 해서 청문회에서 승인을 받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군사혁명이 일어난 5월16일』이었다면서 『조만간 영주권을 받으면 캐나다에서 훌륭한 시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캐나다에 온 것은 2001년 1월. 한인이 경영하는 모 섬유관계 회사에서 영주권을 해결해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주권이 나오지 않았다. 온가족이 함께 온 터라 아이들의 학업이 난관에 부딪치자 주위에서 난민신청을 권유해서 이를 따르게 됐다. 동훈씨는 원충현씨의 3남1녀중 차남. 형님과 동생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역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누나는 킹스턴 동쪽 천섬 주변에서 거주하고 있다.

동훈씨의 어린 시절 기억을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65년 감옥에 갔을 때 나는 2학년이였어요. 집 앞에는 정보부 요원들이 24시간 지키고 있었고요. 우리 집에 감히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하루에 한끼 먹기도 힘들었답니다. 움직이면 배가 고프니까 누워있기 일수였지요. 하루는 정보부 요원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나에게 따라오라고 하더니 동사무소로 데리고 갔어요. 동사무소직원에게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밀가루를 앞으로 이 아이가 오면 다른 사람 한 봉지 줄 때 두 봉지 주라고 하데요. 그 덕에 주로 밀가루를 먹고 살았어요. 아무리 보아도 굶어 죽을 것 같다고 느낀 모양이지요.』

먹고살기도 어려운 형편에 학교 공납금 내기가 어려웠다. 누가 도와주고 싶어도 겁이 나서 도와 주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중학교(선린중학)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줄곧 4년을 신문배달(한국일보)을 해서 학비에 보탰다. 동훈씨가 초등학교 때 큰 형은 고등학생이라 보다 더 큰 희생을 치렀다. 어디에든 직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출옥했을 때 동훈씨의 나이가 26세이고 형은 35세였는데 형은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신민당의 김형일 의원이 많이 도와주었어요. 김의원은 동대문 살 때 쌀을 두 가마니 싣고 와서 우리 집에 서 집을 지키던 정보부 요원들을 향하여 「너희들 이 집의 사람들 다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고 호통치던 생각이 납니다. 어머니는 행상으로 가족을 부양했어요. 함께 살던 외할머니가 돌아다니며 공납금을 얻어오곤 했던 기억이 나요.』 어머니 최정옥씨는 이화여고 나오고 이화여전을 나온 인텔리 여성. 해방후 이화여고 재단이사장을 지낸 따님이다.

동훈씨는 난민허용 판결후 신청한 영주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의 케이스를 담당한 킹스웰 변호사에 따르면 난민이 허용된 후 별도로 신청하게 되어있는 영주권 신청(landing application)은 요식 행위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88년도에 결혼한 동훈씨 부부는 현재 킹스턴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동훈씨는 베트남식당에, 부인은 손톱 네일링(nailing)스토어에 각각 다닌다. 부부가 저녁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9학년인 큰딸이 저녁도 장만하고 할아버지 수발도 들어준다.

부친 충연씨도 영주권 신청을 한 상태이나 영주권이 나올지 아닐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의 경우 난민신청이 바람직하나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 85년도에 난민신청을 이미 했기 때문에 두번 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기각되자 정상참작 케이스(humanitarian case)로 영주권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이다. 아들이 난민허용을 받은 상태이고 외동딸이 캐나다에 살고 있기 때문에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원충연씨가 정상참작 케이스로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복권(rehabilitation)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캐나다이민장관의 서면이 첨부되어야 한다. 거주국에서 기소된 후 사면되었다고 해도 캐나다정부에서 별도로 사면됐다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최근 복권됐음을 인정하는 서면을 받아 영주권신청서에 첨부했다. 그는 93년도에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유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80년도 중반에 난민신청을 한 경위를 이렇게 말한다. 『내가 토론토 있을 때 출석하던 한민교회의 김상호 목사(작고)가 나보고 귀국하지말고 살자고 해서 나는 그렇게 온 사람도 아니라고 했더니 설득을 하더군요. 영주권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다음에 나는 한국에 갔지요. 정부에서 서류가 있다는 것이 그 분들이 만든 것이예요. 내 사인만 있으면 난민자격으로 영주권이 나오는데 사인이 없어 발효를 못한 거지요. 그런데 그 서류를 발견한 것이 내 아들이 영주권을 받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다니 하나님의 섭리가 오묘합니다.』

원충연씨는 반신을 못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이 좋다. 잠도 잘 자고 식사도 아주 잘한다. 다리를 못쓰게 된 것은 고문의 후유증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95년도에 병원에 입원한 후로는 반신을 못쓴다. 고문을 너무 많이 당해서 목디스크가 다 녹아 없어 95년도에 수술을 3번이나 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기억력이 비상하다고 말한다. 신문은 광고까지 다 읽는다. 예배를 하루에 3번 정도 드린다. 주일에는 TV를 통한 영상예배를 드린다.

그는 생활이 몹시 어렵다. 가진 재산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한국정부가 건국유공자 자녀에 주는 약간의 연금(월 55만원)이 수입원의 전부이다. 그의 부친 원종제씨는 3·1운동 때 고향 함경남도 정평에서 3·1독립운동을 주도한 것이 인정되어 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았다. 그의 형 원주연씨도 함흥상업학교 졸업반이던 1929년 만세사건을 조직하다 18세에 함흥감옥에 들어가서 26세에 출옥해서 다음해에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주연씨도 건국훈장을 받았으나 후손이 없기 때문에 연금은 국고로 귀속되고 있다.

그의 영주권 신청에 드는 비용도 우리장로교회의 정혁조 목사, 권원식씨(아들 원동훈씨의 중학 때 담임선생), 포항의 이용술 장로, 중생회 후원회 회원 등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원충연씨는....

65년 반혁명사건 기소 사형선고
특사감형...15년10개월 수감생활

1965년 5월19일 소위 「반혁명사건」의 주동인물로 검찰에 송치되어 그해 7월31일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8월13일 육군교도소에 이감됐다가 다음해 4월21일 형이 확정되어 군적을 떠나 민간인이 되어 5월5일 서울교도소로 이첩됐다. 당시 1심에서 장교 6명과 함께 실형을 받았다. 박인도 대령 사형, 이인수 대령 무기징역, 김문환 중령 15년, 안중광 대령 8년, 이덕주 대령 5년.

1969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으로 또 다시 무기에서 15년으로 감형을 받았다. 15년으로 감형을 받았지만 사형수의 경우 미결기간은 감형되지 않기 때문에 15년10개월동안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일본 중앙대학교 법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문리대 정치과 전임강사로 재직하다 49년 4월 정훈 1기(사관학교 8기생과 함께 교육)로 군에 입대, 51년 3월 미국보병학교와 57년까지 미국 참모대학 정규과정을 졸업한 후 대대장·연대장·부사단장·독일대사관 무관·육군정훈감실 차감까지 지낸 후 육군본부 교육과장으로 복무하던 중 박정희 소장이 주도하는 군사혁명을 맞았다.

혁명세력이 육군본부를 점령한 후 박정희 소장의 요청에 의해 혁명위원회에 동참, 국가재건최고회의 공보실장을 지냈다. 혁명세력에 가담한 것은 조속한 시일 안에 민정이양을 약속한 혁명공약 제6항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1961년 캐네디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박정희 장군이 제1차로 미국 갔을 때 수행했다.

혁명주체 세력의 원대복귀 가능성이 멀어져가자 혼자로라도 원대복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보직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62년도에 간 곳이 제2사단 부사단장이었다. 부사단장으로 1년 이상 관망하다가 민주회복이 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정의감이 강한 장교들을 규합, 2년 이상 준비해 왔다.

혁명 4년 뒤인 65년 5월16일 박대통령이 존슨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미국 방문차 김포공항을 떠날 때 납치해서 원대복귀시키고 육해공군과 해병대 소장 이상으로 구성된 구국위원회를 조직해서 6개월 이내에 총선을 통해 민정이양을 할 계획이었으나 거사를 10일 앞두고 동료장교의 밀고로 5월7일 발각됐다. 이것이 민정회복 모의사건이다.

그는 구치소에 있는 동안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고문이라는 고문은 모두 당했으나 신앙의 힘으로 견디어 냈다고 술회한다. 공석중인 기독교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라고 했다. 모태신앙인인 그는 두번 사양하다 3번째 맡겠다고 했다.

81년 출감한 후 옥중 회고록 「이 줄을 잡아라」를 출간했다. 그러나 시판 직후 판금됐다. 검열받은 후 여러 부분을 고친 후에 나온 뒤에 출판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1주일정도 있다가 정부가 전국의 서점에서 회수해 갔다. 토론토에서 발매된 것은 한국에서 나온 것을 사진 찍어 만든 것이다.

출감해서 한 3년동안 교회를 두루 다니면서 신앙간증을 하는 한편 범죄자 선도를 위한 복지사업인 「중생회」를 조직, 활동을 해오다 84년 1월11일 토론토에 거주하는 외동딸을 20년만에 만나기 위해 토론토에 와서 87년까지 거주하다 귀국했다. 토론토에 있는 동안 교회에서 간증집회도 인도하고 「중생회」 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중생회 사업을 계속하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후진에 물려주고 둘째 아들(동훈)이 이민올 생각이 있다고 해서 오게 됐다.

이종수 기자 okjscok@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