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같은 좌익성향 방송의 호도로 야기된 이번 미국 쇠고기 광우병 소동으로 인하여, 일각에서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극성을 부리던 반미정서의 대두를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정을 한번 해보라.

만일 미국에서 한국의 쇠고기 광우병 소동에 따른 반미정서 때문에 피로와 짜증을 느낀 나머지 “그래 알았어. 한국내 반미정서를 해소하기 싫다, 그냥 서로 모르는 사이로 지내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여 가금류가 도살 처분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병원성조류독감(AI)을 구실 잡아서, 조류독감이 미국으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한국인의 미국 입국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광우병이야 먹어서 감염된다손 치더라도 조류독감은 곁에만 있어도 전염된다.

정말 이러한 조류독감이 직접 발생한 우리나라가 로또확률보다 훨씬 낮은 미국의 광우병 감염 앞에 떳떳한 입장인가.

둘째, 중국에서 창궐한 엔테로바이러스가 중국내에 급속도로 번져가 북경올림픽의 정상적 개최가 우려된다고 한다.

올림픽은 차치하고라도 중국산 김치 같은 것을 수입하면 안 되지 않은가.

그런데, 중국산 김치 등에 대하여는 미국산 소고기와 비교하여 시민단체를 참칭한 좌익들이 너무나 조용하다.

셋째, 미국으로 우리가 수출을 중단한다고 할 때, 미국이 답답한 것 있을까?

대표적인 대미 수출기업인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의 대미수출이 봉쇄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될까.

우리가 그런 것 수출 안 한다고 해서 미국이 못 구해서 안달날 일일까?

오히려 외국경쟁업체엔 초대형 호재요, 그 중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미국 내 자국경쟁업체에겐 회생과 재기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인이 독일, 일본, 한국의 제품을 쓰는 것은 미국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국산 보다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독일, 일본, 한국제가 없으면, 미국이 손해 볼 거라곤 국민소비의 선택 폭이 줄어들었다는 것 밖에 없다.

조금 품질이 못하고 투박한 미제 쓰면 되지 별 불편한 일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독일과 일본은 미국과 등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안 줘서 미국을 답답하게 만들게 없다는 것이다.

▲ 미국 네브래스카주 블레어의 주민 래리 스톤이 파종이 끝난 옥수수밭과 저 멀리 카길사의 옥수수 가공공장을 가리키며 에탄올발 옥수수 붐을 설명하고 있다.

셋째, 비록 미국이 우리에게 무역적자를 보고 있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수출을 금지하면 어떻게 될까.

요즈음 점점 그 실체적 위기가 다가오는 곡물문제를 생각해보라.

식량자급률 26%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지만, 우리가 쌀이 남아돈다고 떠드는 것도 수입된 곡물로 만든 다른 걸 먹어서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곡물은 30년 가까이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저가의 교환대상인지라 지금까지 그 가치를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우리에게 곡물수출을 중단하면 어떻게 되나?

미국이야 곡물을 식용이나 사료용으로도 남으면 에탄올 같은 대체연료 제조에 써버리면 된다.

그런 미국의 곡물이 없으면 다른데서 구할 수 있다고 보는가?

미국이 곡물수출을 중단하면, 이에 자극받아 나머지 식량수출국들도 무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가.

만일 폭등한 가격이 아닌 현재가격으로 공급하려는 나라가 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면의 다른 조건이나 이권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낙농은 사료문제 때문에 저절로 망한다.

한우도 미국사료가 없으면 없다는 것이다.

넷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미동맹은 미국의 안보전략의 일환이므로 한미동맹은 미국에 더 필요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흔히들 한반도가 안보전략상의 전초기지 입지라며 자위하지만, 이는 우리가 매긴 가치이지 미국의 눈엔 적의 표적위치에 놓인 역외 보조기지 밖에 안 된다.

까스라-테프트 밀약에서 미국은 조선이 아닌 필리핀을 택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애치슨라인에서도 한국을 제외했던 게 멍청해서가 아니라 중요하지 않아서였던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이를 억지로 지정학적 입지 들먹이면서 미국을 끌어들인 것은 우리나라다.

우리의 안보문제에 미국을 끌어들인 논리였던 것이다.

요즈음은 특히 미군도 괜히 적접지역에 오래 주둔하여 적의 표적이 되는 시대를 마감하려고 한다.

그래서 주둔군 체제를 기동군 체제으로 활발히 재편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군은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주둔하기를 원치 않는다.

철수하라고 해서 가는 게 아니라 떠나야 되겠기에 가려는 것이다.

그냥 간다고 하면 욕할까봐 떠밀려서 가는 척하려는데, 그래도 정 때문인지 기분이 별로인가 보다.

이렇게 한심할 정도로 우리는 미국을 답답하게 만들 구실이나 무기가 없다.

우리가 수출 공급 같은 무역연계를 끊으면, 오히려 잘 풀릴 것 밖에 없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와의 교류를 끊으면, 우리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답답해진다. 식량도 그렇고, 안보도 그렇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를 저가 내지 공짜처럼 여겨왔기에 느끼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곡물은 안보차원의 문제이지만, 쇠고기는 요즈음 말로 웰빙문제다.

식량처럼 절대적 안보가치를 가진 것도 아닌 선택적 복지사항인 쇠고기 가지고 전략적 생존기반과 바꾸고 싶은가.

동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