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초점

(워싱턴)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에서 탈출해 온 탈북자들도 한국인(South Korea-R.O.Korea) 으로 취급해왔으나, 이제부터는 북한인(North Korea-DPRK) 으로 별도 분류키로 정책을 전환했다.

또 ① 북한 탈출자와 ② 본래의 한국인 ③ 북한을 탈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 이렇게 3가지로 분류하는 망명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북한 탈출자들의 본격적인 미국 망명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며,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를 대비, 세분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폴 로젠지그 미 국토안보부(DHS) 정책담당 차관보는 지난 10일(워싱턴 시간)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난민관련 청문회에 출석, “최근 망명업무 담당자들에게 탈북자들의 국적을 자동적으로 한국인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확실한 행정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미 행정부가 장관 행정명령으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2주전 탈북자 서재석씨가 노무현 정권의 탄압을 이유로 ‘정치망명’을 신청, 이민법원으로부터 ‘정치망명’을 승인 받은 것과, 탈북자 마영애씨가 지난 3월 ‘정치망명’을 신청한 사건 때문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감시하거나 외면하고, 그들 가운데 북한 인권문제나 노무현 정권의 親北反美 정책을 비판하면 탄압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탈북자들의 미국 정치망명 희망 숫자가 늘고 있다.

뉴욕 마영애씨 경우에서 보듯, 국가정보원, 통일부 담당자들이 여권을 무효화시키고, 주민등록을 말살시키며 부부를 구타하는 등 정권의 조직적 탄압이 이어지자 결국 정치망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과 미국이 결별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계속 악화되자 한국 정부는 서재석 마영애씨가 한국 여권을 가진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치망명’을 허가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에 부탁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 정부는 탈북자들이 한국 여권을 갖고 있더라도 ‘오리지널 탈북자’, 즉 ‘출신이 탈북자면 탈북자로 간주 하겠다’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은 더 이상 노무현 정권을 미국의 우방, 동맹 국가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한 법적 근거는 지난 2004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 302조 규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엘렌 사우어브레이 국무성 난민이민국 차관보는 청문회 증언을 통해 “최근 탈북자 6명의 미국 망명 허용에 대해 탈북자 망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탈북자들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탈북자 망명을 위한 청문회가 왜 지금 열리며, 6명의 탈북자들을 왜 이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이다.

노무현은 지난 9일 몽골에서 “북한에 많이 양보하고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은 몽골로 떠나기 전 청와대에서 가진 안보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 6자 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에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손에 우리 운명을 맡겨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한양대 특강에서 “6자 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 및 협력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발언이 고스란히 워싱턴 부시 책상 위에 도착해 있다.

노무현은 몽골에서 재차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방이나 동맹을 무시하고 우리끼리 민족끼리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서울과 워싱턴은 이제 각자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손충무-국제저널리스트.U.S.-INSIDE the WORLD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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