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선언을 계기로 비록 미묘하지만 차차 선명해질 국제기류가 예상되는 것이 있다.
바로 "탈냉전"이라는 짧은 시기를 마감하고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보유하여 그 "사정거리"를 보도할 때, 부산까지, 제주까지, 일본 동경까지, 오키나와, 알래스카, 미국 본토 식으로 점증 보도되어 왔다.
일본과 미국은 화들짝 놀라며 북한에 대한 비난과 MD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였다.
헌데 이상한 것은, 동경, 오끼나와, 알래스카까지 당도하는 미사일이라면, 중국의 북경과 상해,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사할린, 이르쿠츠크 그리고 캄차카까지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데, 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하여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위협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 왜 위협이 아닌가?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바로 북한의 우방이라는 뜻이다.

사정거리에서 언급하는 비교지점은 심리적으로 "사정목표"라고 볼 수 있다.
사정목표는 "주적"임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정거리를 언급할 때 북경, 상해, 하바로프스크, 사할린, 캄챠카는 비교지점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는 금번 북핵 사태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이나 일본은 분주한데 비해, 중국과 러시아는 느긋하게 굴고 있다.
이는 실리 때문에 미-일의 입장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고, 동북아의 전초기지 우방인 북한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둘째, 금번에 이란에서도 핵 개발하겠다고 난리 피우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를 발전용이라며 두둔하였고, 중국은 묵묵부답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이란은 북한과 공조하여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난리 피우기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이란에서 발표한 미사일의 사정거리에서 굳이 서유럽을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서유럽이 주적이라는 뜻이며, 주적 개념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이 자유로울 수 없다.
사정거리가 서유럽까지 미친다면, 러시아의 모스크바는 당연히 포함될 뿐 아니라, 발사 지점에 따라서는 만주를 제외한 중국 전역이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은 전혀 위협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이유는 뻔하다.
북한과 마찬가지 논리로 중동의 전초기지 우방인 이란과 군사적 입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반미구호로 얼룩진 이란이 서유럽을 겨냥한다는 것은 서방세계와의 군사적 적대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는 서방세계를 타도를 목표로 하는 공산 종주국의 군사적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인권 같은 범 인류적 보편적 가치조차도 러시아와 중국에게는 시큰둥하게 잘 안 통한다.
오히려 탈북민을 잡아다가 북한에 인도하고, 심지어 탈북민 인권에 관한 한국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도 폭력으로 봉쇄하는 정도다.
뻔히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 내지 적극적으로 조장시키는 행위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동맹관계 존중인 것이다. 아니 혈맹관계인 것이다.
동북공정으로 뒤통수 칠 때는 러시와의 갈등이 있으니, 일단은 동맹관계 유지가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넷째, 러시아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다.
현재 그들이 시장개방으로 돈을 어찌 벌든 간에 그들의 목표인 세계공산화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들이 시장개방을 택한 건 서방세계를 타도하기 위한 국력신장이라는 실용적 이유 때문이지 결코 체제 전환은 아니다.
그들의 국력신장 과정 중에 서방의 국력을 떨어뜨리는 방법이 반 서방주의 태러 국가를 지지하는 것이다.
거기에 사용되는 모토가 민족, 평화, 인권으로 위장한 반 서방적 논리인 것이다.

부시 집권 이후 네오콘의 위세 때문에 리버럴 세력이 퇴조한 미국에서는 여기에 대한 인식이 나름대로 갖추어 진 듯 하다.
그러나 영국을 제외한 서유럽은 그들만의 번영에 도취되어 냉전의 잔재를 망각한 듯하다.
그들은 국내정책은 복지정책 위주의 분배주의를 지향한 결과 경쟁력이 퇴조하고 있으며, 국제정책으로는 미국으로부터 시장이라는 단물만 빨아먹고 반 테러 전선의 군사적 공조는 거부하는 식으로 反美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약은 用美정책을 쓰고 있다.
리버럴 좌파 일색인 독일과 프랑스는 아직 뭣도 모르고 부시에 반기를 들고 있는 듯 하다.
구 공산권과 공조하는 중동의 독재테러 세력과 북한이 자신들도 미국과 한통속의 주적으로 겨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국내산업 경쟁력 부재를 脫美적 외교에서 만회하려고 반 태러 전선에의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2차 대전 전후 복구사업인 마셜 플랜의 수혜자인 그들이 미국을 배반하는 격이라고나 할까.
하긴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미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구호물자를 제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의 원흉이니 통일의 장애물이니 하며 지금 같은 배신을 때리고 있음에 감히 누굴 탓하리.

참고로 필자가 본 신냉전에 대비한 미국의 정책 흐름을 시사거리 위주로 되짚어 본다.

2차 대전 말기에 연합국은 내부적으로 미묘한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소련이라는 해괴한 우방 때문이었다.
다른 연합국들은 자국령 식민지를 해방시켜가며 주축세력과 싸우는데, 대전 말기에 소련은 독일의 동부 전선을 꺽자 인접국들을 위성국이라는 형태로 식민지 만들기에 분주하였고, 하나같이 우중충한 친소공산주의 정권만 수립하였던 것이다.
소련이 일본과의 선전포고도 대전 마지막에 하였던 것도 한반도에 급히 군대를 주둔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진영의 연합국들은 전후에 소련이 주적으로 부상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루스벨트가 미국의 서열 높이기 전략인지, 아니면 자신의 리버럴한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영국의 식민지 해방을 조건으로 주요회담을 이끄는 바람에, 이를 수락한 1등 국가 영국은 전후에 졸지에 2등 국가群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영국은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여 건설한 식민지 내의 철도, 항만, 산업 시설 같은 자산을 식민지 해방과 더불어 완전히 잃어버리고,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깃발도 형식적인 수준의 영연방이라는 느슨한 결속만 남기고, 과거의 1등이라는 역사적 자존심만 겨우 간직한 체 역사의 뒷마당으로 물러났다.
아마 그 때문에 미국이 전후에 자유세계의 중심국가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은 영국과 달리 전후에 운영비용이 많이 들고 갈등을 빚는 식민지 점령보다는 주로 군사적 급소에 위치한 도서(괌, 디에고 가르시아 등)를 차지하여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식으로 세계전략을 구사한 것이 지금도 유효하여 세계의 해양을 기반으로 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영국의 실질적 무장해제에 가까운 식민지 해방과 함께 냉전을 맞이한 미국은
첫째, 유럽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하여 마셜 플랜을 통한 서유럽의 부흥을 촉진시키고, 이에 NATO가 출범하면서 안보부담을 일부 분담하게 되었고,
둘째, 실질적으로 혼자의 힘으로 거의 수세적 상황을 30년간 지속하다가 레이건의 등장 이후 아버지 부시 단계를 거치면서 공산국가의 붕괴를 유도하여 동구권을 탈 공산화시키고, 구 소련권을 소국으로 분할시키는 등 공세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일시적이나마 1극 체제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었다.
그동안 자국내 게릴라전 양상이었던 반미 민족주의가 반미 테러리즘 및 핵확산으로 변질되면서 소형깡패국가(일명 악의 축, AXIS OF DEVIL)로 인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등장한 부시 정권은 그동안의 방어 내지 보복위주의 군사전략을 선재공격으로 전환하게 되며, 그 첫 시도가 아프간 전쟁이었고 두 번째가 이라크 전쟁이었던 것이다.

특기할 것은 아프간 전쟁을 통하여, 러시아가 미국에 예봉을 겨누기 전에 러시아의 뇌관인 체첸에 대한 불간섭을 조건으로 중앙아시아의 구 소련국가들에 미군을 진주시켜 중국을 포위함과 아울러 러시아와 중동간의 연결고리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전에 구 공산권 동구 국가인 폴란드와 발트 3국을 EU 및 NATO에 편입시킴으로써, 러시아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의 봉쇄체제를 구축하였는데, 2005년 2월말에는 친 서방파인 유센코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우크라이나마저 EU 및 NATO에 가입희망을 피력함으로써, 러시아의 발틱 함대와 흑해 함대를 무용지물로 만들기에 이른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주둔하기엔 아직은 너무 예민한 문제라서 거론되지 않는 모양이다.
또한 주독 미군을 폴란드에 주둔시키고, 폴란드군이 이라크 전 참전함으로써 군사적 동맹을 과시하는 등 알게 모르게 러시아에 대한 포위체제를 구축해 놓았다고 본다.
이에 최근 脫美적 증세를 보이는 서유럽 국가들과의 안보결속을 강화하기 위하여 부시가 직접 순방하지만 너무나 번영을 누리는데 익숙한 탓인지 대접이 별로 시원챦은 모양이다. (이게 옥의 티가 되겠지만)

이러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미국이 과거 구냉전 체제 하에서 공산권의 군사적 압박에서 제한 받았던 것을 탈냉전을 계기로 미리 신냉전을 대비한 조치인 것이다.
즉 신냉전 체제가 반드시 올 것임을 미리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인가.
맨날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어쩌고 할 때, 당연히 위협을 느껴야 할 러시아와 중국이 왜 태연자약한 지 속내도 모르고, 반미에 친중친북으로 물들어 가고, 간도와 백두산을 중국에 팔아먹어도 민족영웅으로 추앙받는 김정일을 보면 현재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폐쇄와 질곡의 늪에 빠졌는지 스스로는 모르고 있다.
북쪽에서 남쪽에다 민족공조라고 떠들어 반미성향을 강화시켜 대미결속의 해체를 꾀하는 한편 북쪽 자체내에서는 남쪽을 미국과 한통속으로 보아 미국에 대한 인질로 쓰기 위하여 예봉을 겨냥하는데, 우리는 포수의 사정거리에 든 사냥감인줄도 모르고 방패를 걷어치우고 있다.
또한 실제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수세인데도 우리 매스컴에는 평화주의자들이 부시의 유럽방문을 반대한다느니 하면서 미국이 수세에 몰린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포탄 한 방만 떨어져도 변방의 판자집 가격으로 떨어질 강남 집값 가지고 오늘도 아웅다웅하는 짓거리를 보면 참으로 허탈할 정도다. 그래서 판교가 자꾸 화두로 등장하는 모양이다.
무장 없는 평화와 공조 없는 안보가 얼마나 위험한지 벌써 잊어버린 불쌍한 한민족은 언제 깨어나려나.

<동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