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년간 조선일보를 애독해 온 독자이다.

조선일보의 긍정적 측면 때문에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하여 여태까지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12월 4일자 “무능한 우파, 안보구멍 키웠다.” 기사를 읽어보고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언론에서 ‘우파’라는 용어를 써준 것이 드문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념전쟁을 언론은 우파 대 좌파로 쓰지 않고 항상 진보 대 보수로 써왔다.

좌파를 진보로 미화시켜주고 우파를 수구로 폄하하기 위해 언론에 포진하고 있는 좌파들의 용어전술 때문이다.

오늘날의 안보위기는 좌파들의 맹목적 종북정책의 결과임에도 그 책임을 우파에게 뚜렷하게 덮어씌우기 위해 좌파에 대칭되는 우파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그 앞에다 “무능한”이라는 수식어까지 덧칠하여 우파를 매도하고 있다.

그리고 우파가 왜 무능했고 안보구멍을 키웠는지 견강부회식으로, 아전인수격으로 전개하고 있다.

작금의 안보상의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안보태세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 아니냐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안보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보수·우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출범했지만 안보능력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우파의 표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하에서 발생한 일련의 안보사태가 우파의 책임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우파가 좌파후보 정동영을 못 미더워 이명박 대통령에게 몰표를 몰아 준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정권이 우파를 발탁하거나 참여시킨 사실도 없고 이 정권 스스로 중도정부라고 선언한지도 오래인대 우파가 투표 많이 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을 우파의 책임이며 더군다나 우파의 무능력 때문에 일어났다는 주장은 우파로서는 억울하기에 앞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부 들어와 국방의 중추적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모두가 좌파정권 10년 동안 발탁되고 출세했던 사람들이다.

이 정부가 중도정부이기 때문에 그들을 오히려 선호한 점도 없지 않다.

조선일보는 군의 대적관(對敵觀) 미흡을 두고 우파의 무능으로 치부하는데 국방백서에서 주적(主敵)이 삭제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인 것을 모른단 말인가?

“군 관련 비리와 부정부패는 군의 전투력을 뿌리에서 갉아먹는 암적 요소다.”라고 지적한 것은 올바른 지적이다.

그러나 군이 우파이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군에서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이며 지금 중도정부에서도 수그려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군의 부정부패는 김대중 정부 때 정치인의 부정부패가 군을 오히려 오염시킨 측면이 더 강하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무능한 우파, 안보구멍 키웠다.”라는 논조는 조선일보에서 암약하고 있는 좌파 내지 세작들이 연평 포격 이후 북한과 종북세력들에 대하여 거세지는 국민적 항의를 우파에 뒤집어씌우려는 저의로 보여 의혹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조선일보 기사원문>

[戰線 지켜야 平和 지킨다] ‘무능한 우파’ 안보구멍 키웠다

장일현 기자 ihjang@chosun.com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피격을 당한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군 당국은 예측할 수 없는 기습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안보 태세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 아니냐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안보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보수·우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출범했지만 안보 능력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안보 리더십의 부재라는 말도 나온다. 국방과 안보의 현장에선 갖가지 매너리즘과 안이한 태도가 판치는데 이를 조정·통제하고 이끌어갈 안보 '컨트롤 타워'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6월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국방개혁 2020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수정안은 “알맹이가 없다”, “비전이 뭔지 모르겠다”는 혹평을 받았다.

당시 군 관계자는 “중도 실용을 표방한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의 핵심은 국방개혁 예산을 621조원에서 599조원으로 줄이는 것이었다”며 “모든 초점이 돈을 줄이는 것에 맞춰져 있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군과 국가정보원 등 안보 당국의 안이한 '대적관(對敵觀)'과 '무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주적이라는 인식을 넘어 그 적이 실제로 어떤 도발을 저지를 수 있는지까지 파악하고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지적한다.

합참은 “북한군이 방사포를 동원해 연평도 전 지역을 집중 사격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적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는 실토인 셈이다.

남주홍 국제안보대사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을 통해 우리 안보 담당자들이 정보를 정보로 보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 등 여권의 지도부에 군 면제를 받은 사람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안보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대도 안 가본 주제에…”라는 조롱 섞인 비난이 터져 나온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보온병 포탄 오인’ 해프닝으로 망신을 당했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북 도발 첩보 혼선’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한 예비역 장성은 “현 정권은 많은 국민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면서 “군대도 안 간 분들이 군과 안보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니 민심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권 핵심부가 군에 대한 애정이 아예 없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비판하고 고칠 때는 단호하게 하되 다독거리고 감쌀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내부에서는 “10년 만에 좌파 정권에서 벗어났는데, 기대했던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군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군이 ‘존재의 위기’를 느꼈지만 지금은 ‘자존심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힘 있는 분들과 얘기할 때 경멸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전 정권 때는 적어도 웃는 얼굴로 ‘힘드냐’고 물으며 논리적인 싸움을 걸어왔다”며 “지금 정권은 군을 부패하고 무능한 존재, 개혁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예산에 관한 한 오히려 지난 정부 때가 좋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8년 국방예산은 연평균 8.74%씩 늘어났다.

이에 비해 현 정부의 2009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1%가 늘었고, 올해는 3.6% 증가에 그쳤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군 관련 비리와 부정부패는 군의 전투력을 뿌리에서 갉아먹는 암적 요소다.

지난 9월에는 ‘물 새는’ 신형 전투화 문제가 불거졌고, 7월엔 명품 무기라던 K-21 장갑차가 치명적인 설계 결함으로 부사관 한 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건설업체로부터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군 간부들이 줄줄이 발각되는가 하면, 해군의 링스 헬기의 부품을 교체하지도 않고도 교체한 것처럼 돈을 받아 챙긴 군수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부정·비리는 군의 명예를 더럽힐 뿐만 아니라 유사시 우리 군이 전쟁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소들”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10.12.04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