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통일부를 해체하고, 대북관련 업무는 요소별로 각 부처에 이관하되, 통일의 상징성을 살려두어 그 명칭은 외교통상부에 합쳐 외교통일부로 하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단히 잘 한 일이다.

통일부 해체의 빌미는 통일부 스스로가 제공했고, 그 빌미는 설명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대 남북문제에 왕년에 간여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브랜드 유지 차원인지 모르지만 통일부 해체와 외교통일부 통합에 태클을 걸고 있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이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① 북한을 외교의 상대로 보는 것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 것이므로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다.

② 통일문제는 통일정책과 남북대화가 주요 분야인데, 이를 분리하더라도 통일정책을 담당하는 통일부는 통일원으로 격하시켜 존치해야 한다.

③ 통일문제는 민족의지의 문제이므로 상징성을 위해 존치해야 한다 등이다.

그들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①의 경우 외교의 대상은 반드시 국가여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반대논리를 편 것이다.

한마디로 외교교섭의 대상은 국가만이 아니다.

가까운 예만 보더라도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인질사태 때 탈레반이 국가가 아님에도 해결을 위해 외통부가 개입한 적이 있다.

외통부는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나 NGO, 반란단체 등과 교섭을 해왔다.

특히 통일문제를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해 민족내부 문제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남북기본합의이지, 국제기본합의는 아니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현재까지 한미연합사가 있고 북한이 제2의 6.25를 일으킬 경우, 한미연합군이 성공적으로 이를 격퇴시키고 북한 땅을 수복한다면, 잠정적으로 북한 통치는 연합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정장관(미군)이 통치하게 된다.

이는 우리의 민족정서에 배치된다. 그러나 군정의 실시는 원칙이다.

우리 대통령이 파견하는 행정수반이 통치하려면 미국과의 교섭이 필요하며, 이 문제는 외교의 영역이지 통일의 영역이 아니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시 중국에서는 군사적으로 개입하여 군정을 펴겠다는 시나리오도 최근 알려지고 있다.

통일의 문제는 우리의 의지보다는 주변 4국의 이해관계가 더 큰 변수이다.

주변 4국과의 교섭은 통일부의 업무가 아니고 외교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통일문제 중 비중이 큰 4국과의 교섭을 위해서라도 외통부와 합치는 것이 실용적이고 원칙에도 맞다.

②의 경우 통일정책연구와 수립을 위해 통일부를 통일원으로 격하시켜 존치하자는 주장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철학에도 어긋나고, 통일부가 통일원이 되면 격하가 아니라 격상이다.

과거 통일원 시절 통일원장관은 부총리를 겸했으며, 경제기획원, 감사원 등의 명칭에서 보듯이 ‘부’보다는 ‘원’이 국민들에게는 더 격상된 조직으로 보일 것이다.

특히 통일정책은 역대정부마다 연구, 수립해 두었고, 이는 장기적이며 단기적으로 가변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를 위해 장관급 행정부처를 둔다는 것은 혈세의 낭비이다.

더군다나 국무총리 산하에 통일정책을 연구ㆍ수립하는 통일연구원이 있으므로 통일정책의 연구 및 수립은 이곳에 맡김이 타당하고, 남북대화의 주무부처는 외교통일부가 됨이 합리적이다.

③의 경우 통일은 우리가 ‘통일, 통일’하고 외친다고 통일이 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통일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통일에 너무 집착하면 주변4국은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독일도 통일업무를 다루는 부처를 통일부라 하지 않고 내독성이라 했다.

1980년대 독일국민들에게 통일의지를 물어보니 별로 생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기회가 오니 전광석화처럼 해치웠다.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통일이슈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국민에게도 독일국민처럼 현명하고 실용적인 마인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