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안’(과거사법)이 3일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법 제정을 처음부터 주도했던 열린우리당 의원 12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3명이 반대(51명)하거나 기권(12명)했다.
올 11월부터 시행될 이 법은 을사보호조약(1905년) 이후 최근까지 100년 동안에 벌어진 남·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사건, 테러사건 등을 앞으로 4~6년 동안 조사하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2시간 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찬성 당론을 정했다.
그러고는 63명이 정작 투표에서는 당론을 어겼다.
여당 최고 지도부인 상임중앙위원 7명 중 4명도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
당론은 누가 정하고 투표는 누가 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63명은 대부분 “당론과 개인 所信이 다르면 소신을 지킬 수 있다”며 자신들이 마치 ‘良心세력’인 양 말했다.
여야 대표들이 2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사건’도 조사 대상에 넣기로 한 데 반대하는 게 이들이 얘기하는 ‘소신’이다.
그러나 소신을 지키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여야협상을 막거나 아니면 의총에서라도 찬성 당론이 정해지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당론을 정할 때는 개인 소신과 맞지 않더라도 거기에 따르겠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이런 상식도 모른다면 국회의원의 자격도, 당 지도부로서의 자격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통과될 법안이라고 생각했고,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크니까 그런 입장을 취했을 것”이라는 한 여당 의원의 해설이 당론과 따로 논 의원들의 심리를 정확히 짚어낸 듯하다.
실제로 당론을 거부한 의원들은 대부분 親與 성향의 시민단체들과 가깝거나 그곳 출신이다.
시민단체에게 이미지나 관리하려고 스스로 정한 黨論도 팽개치고 야당과의 협상 결과도 내동댕이치는 사람들이 개혁의 전도사인양하고 있는 것이 지금 이 나라의 實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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