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는 28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X파일' 사건과 관련, ▲ 어두운 과거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 ▲ 불법도청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 특별검사제 도입과 정치권의 정쟁 중단, ▲ 도청 테이프 왜곡.변조 진상규명 등 이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4대 원칙을 제시했다.

◀ 휴가에서 복귀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은 예나 지금이나 사생활이 도청되고 있고 정치자금이 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 말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지금의 X-파일로 말미암아 너무나 생생한 증거를 보고 차제에 근원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수립되기를 갈망하고 있고 그 갈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당이 야당인 한나라 당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휴가에서 돌아온 박 대표의 X-파일 처방이 너무나 안이하고 피상적이라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가기관의 도청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며 국가적 수치인 만큼 불법도청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있도록 확실한 제도개선이 있어야한다"며 원론적인 말만 늘어놓았을 뿐, 임시국회를 열어 도청문제에 대한 대정부 추궁을 한다든지 청문회를 연다든지 특위를 구성한다는 등의 구체적 추진 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불법도청 자체도 크게 잘못된 사건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못지 않게 크게 잘못된 일이다. 특검에 맡겨 진상을 규명하고, 정치권은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전념하는 것이 올바르다"며 특검에 공을 넘겨버리면서, 국민적인 관심사항을 정쟁으로 치부하고, 엉뚱한 민생문제를 들고 나와 차제에 도청이 근절되기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기아자동차 문제와 관련, (녹음테이프나 녹취록의) 왜곡과 변조에 대해서도 분명한 진상규명이 있어야한다"고 했지만 이를 특검에서 규명하자는 건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하자는 것인지 검찰에서 하라는 것인지 도대체 헷갈리는 발언이다.

그리고 어두운 과거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을 하자고 주장한 것은 친일청산 등 과거사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인지 YS를 조사하자는 것인지 이회창을 조사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과거사 진상을 부추기는 듯한 오해로 들린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26일 자문위원단회의 및 27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X-파일 논란과 관련, 불법도청과 대선 자금 수수 문제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X-파일 사건의 핵심 중 하나는 불법정치자금이 전달됐다는 것으로, 어찌 보면 차떼기 원조 같은 것이다.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제공 의혹에 대한 뇌물죄 해당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X-파일이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을 계승한 한나라당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연일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

열린 우리당이 잘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격에는 타깃이 분명해야하고 방법에는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박 대표는 정부가 어용방송 MBC를 동원하여 특정인과 특정기업을 죽이려고 난리굿을 왜 벌이는지 그 배경을 진단하고 그 음모부터 국민에게 알려 덮어씌우기와 편 가르기가 장기인 이 정부가 ‘펼쳐 논 마당에서 놀아나는 꼴’이 안 되기를 바란다.

배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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