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 속에 밤이 새도록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현장, 그러나 송윤아(31)는 더없이 쾌활해 보였다．
 
'발리에서 생긴 일' 후속으로 오는 1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STV 새 특별기획 '폭풍 속으로'(최완규 극본·유철용 연출)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 태국으로 로케이션을 다녀온 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서울에서 버스로 7시간 넘게 걸리는 경북 울진으로 이동해 촬영중이다. 피곤에 지칠 때도 됐건만 송윤아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울진 해변에서 진지한 연기를 선보였다．

촬영 중간에 여유가 생기면 항상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현장 분위기를 살리는 '맏언니'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울진대게 맛에 푹 빠져 지낸다는 송윤아를 지난달 27일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비련의 여인’ 미선

2002년 설경구·차승원과 함께한 영화 ‘광복절 특사’에서 푼수기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그는 2001년 MTV ‘반달곰 내사랑’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가볍고 조금은 발랄했던 여주인공을 주로 소화한 송윤아로서는 이번 드라마에서 ‘비련의 여인’ 미선 역을 맡은 게 꽤 큰 연기변신이다.

미선은 극중 현준(김석훈)의 오랜 동네친구로 7년 넘게 사랑한 사이였지만 현준이 사법고시에 패스하고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멀어지고 만다.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됐다가 다시 현준을 만나는, 우여곡절 담긴 사랑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빅히트작인 ‘올인’의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든 이 작품에 송윤아는 일찌감치 캐스팅 됐다.

“감독님이 드라마 음악을 먼저 들려주셨어요.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출연제의에 선뜻 응했죠. 워낙 스케일이 큰 드라마라 부담도 되지만 즐겁게 일해요.”

겉으로 보기에 그와는 확연히 달라 보이는 미선이지만 송윤아는 비슷한 점이 많단다.

“연기를 하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미선이 저와 비슷한 거 같아 좀 밉기도 해요. 애정관계에 대처하는 데 소극적이죠. 그래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자신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비슷하게 대처할 거 같아 안쓰럽기도 해요. 자의식이 강한 캐릭터지만 안타까운 운명에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수없이 눈물을 줄줄 흘릴 거예요. 기대해주세요.”

◇결혼, 참 어려운 일이죠

어느새 서른이 넘어섰다. 노처녀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됐다. 돌아보면 후회되는 면도 있단다. 그렇지만 눈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고 질문하자 곧바로 도리질을 했다.

“절대로 눈이 높지 않아요. 제가 별로 사교적이지 못해요. 그게 가장 큰 이유죠.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과 함께 여러 사람이 모이는 데 가야 되는데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지금도 모임이 있다고 한번 나오라는 제의를 받으면 결국 안가게 되더라고요. 이러다 보니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 게 아닌가 싶어요. 아버지는 저 때문에 ‘자다가도 눈이 뜨이신다’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이제 제 성격이 어떤지 잘 알게 됐으니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있겠죠.”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오면서 나이든 걸 새삼 실감한다는 송윤아다.

“제가 나이가 제일 많은 거 있죠. 그것도 상당히. 좀 있으면 띠동갑들이 줄줄이 주연급으로 올라오겠죠. 괜스레 걱정만 커지네요. 이제 그만 얘기하죠.” 결혼과 관련해 짓궂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곧바로 눈을 흘겼다.

◇푼수 이미지? 글쎄…

드라마 ‘미스터Q’에서 악역을 맡아 이름을 알린 송윤아. 실제로는 발랄한 성격이다. 그러다보니 MTV 드라마 ‘호텔리어’나 영화 ‘광복절 특사’에서 보여준 푼수 이미지가 크게 와닿기도 했다.

“어릴 때는 저한테 푼수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안해봤거든요. 그런데 ‘호텔리어’를 하면서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라는 주문을 받고 기분대로 해보니 푼수가 되더라고요.(웃음) 그렇지만 어떤 역을 해도 ‘배우 송윤아’로 여러분께 다가서고 싶어요.”

◇영화 고르기 힘들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빅히트하면서 국내 영화계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송윤아는 영화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코믹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때는 어느 정도 지나간 거 같아요. 또 잘되는 영화들이 워낙 남자들이 주가 되는 영화라 제가 어떤 작품에 나서야 할지 걱정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영화업계 흐름에 제가 한발짝 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서두르지 않고 ‘이게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뛰어들려고요. ‘폭풍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말이죠.”

부산/박주태 기자 by0683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