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현 조선일보 전국뉴스부 기자는 50세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1980년 사병으로 복무 중 ‘광주’에 투입됐다가 부상당했다고 했다.
부상에 대한 위로성 훈장도 하나 받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12·12 및 5·18 관련자들의 훈장을 박탈한다’는 보도를 보고 행정자치부에 문의했다고 한다.
자기처럼 사병이었던 경우도 훈장을 회수하냐고.
돌아온 답변은 “이달 중 사병 것까지 모두 거둔다”는 것이었다.
그는 “상황도 자세히 모른 채 국가명령을 따른 사병들의 충정과 명예까지 짓밟아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12·12 및 5·18 관련자의 훈장 박탈 계획은 오래 전부터 추진됐다.
1995년 ‘5·18 민주화운동특별법’ 제정으로 진압 관련 상훈은 취소하기로 결정됐다.
이를 위해 작년 11월 상훈법까지 개정했다.
하지만 취소 대상 61명에서 ‘대위 이하 하급자’ 30여명은 제외한다는 게 원래 행자부와 국방부의 방침이었다.
‘표적’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집단이기 때문이다.
사병들 훈장까지 뺏는 건 상명하복의 군 특성을 간과하는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그렇다면 사병들의 훈장도 회수하기로 다시 방침이 바뀌었단 말인가. 행자부에 물어봤다.
담당자는 ‘지난달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그렇게 결정됐다’고 했다.
훈장을 빼앗기게 된 사병들은 여당보다도 국방부의 태도에 더 분개하고 있었다.
“국방부는 ‘행자부 업무니까 우리는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당시 광주에 투입됐다가 부상당한 사병들은 가해자일까, 희생자일까.
전쟁이 나고,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병들이 위험도와 정의를 각자 자기 나름대로 따져 행동하겠다고 나선다면 국가가 어떻게 유지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