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언론이 자살(自殺)에 대한 보도를 할 때 지금보다 매우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자살보도'기준이 마련됐다. 이는 날로 급증하는 자살사건이 일종의 모방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9일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 및 보건복지부는 29일 언론계.법조계.학계 등 10여명으로 구성한 전문가팀에서 마련한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과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실에서 공동으로 발표하고 전국 180여개의 언론기관과 관련단체에 협조를 당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언론보도 기준은 "자살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단기적으로 자살을 급증시키고 또한, 유명인사의 자살보도는 더 많은 모방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자살예방전문가가 권고하는 언론의 자살 보도기준'이 마련됐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자살에 대한 TV 뉴스나 신문기사, 자살 내용을 담은 소설과 영화는 대중에게 모방자살을 일으키는 일명 베르테르의 효과(The Werther effect)를 일으키게 된다고 밝혔다.

'베르테르 효과'란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던 많은 사람이 자살을 한 데서 비롯됐으며 '자살의 전염성'을 뜻한다.

'보도기준'은 중요한 인물의 자살과 같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는 한편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거나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자살을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고 자살 사건을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다루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자살관련 보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함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살예방을 위해 보도지침을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한국기자협회 이상기 회장은 "기자협회에서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각 언론사 보도.편집국장에게도 자료를 보내 협조요청을 하겠다"고 밝혔고, 보건복지부 는 "전국 정신보건센터(117개)와 보건소에 자살위기와 정신건강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에 전국 동일전화번호(1577-0199 '1세부터 99세까지 평생 정신건강관리')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병희 기자 byunghee@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