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력부재가 피해 더 늘려.. 시민제보 없었으면 영원히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 -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저지른 범인 유영철(34)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그동안 의문에 가려있던 범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유영철이 벌인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10개월이나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방식에 많은 허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범인 유영철의 살인행각은 당초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으로부터 시작해 최근 젊은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무려 19명이라는 사람을 무참히 살해했다.

하지만 경찰이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확보한 것이라고는 초등수사 수준에 머물러 있었.

범죄현장에서 금품도 없어지지 않았고 범인에 일체의 단서도 없다 보니 경찰 수사는 당연히  원한에 얽힌 사인이나 면식범에 의한 범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이 지난해 9월부더 계속된 8명의 부유층 노인들에 대한 연쇄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원한이나 면식범에 의한 살인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를 무렵 범인 유영철은 범행대상을 젊은 여성층으로 옮겼다.  

특히 이번 엽기살인행각에서 주목할 부분은 유영철이 '보도.전화방' 여성들을 자신의 자취방으로 불러 살인을 하고, 그 공간안에서 사체들을 토막내 비닐봉지에 싸서 암매장 장소로 옮길 정도로 대범함을 보여줬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경찰 신분증까지 위조해 수갑까지 갖고 다니는 등의 태연함을 보인 유씨의 살인 행각은 치밀한 계획 없이는 불가능한 범죄로 기록되고 있다.

더욱이 범인 유씨는 현재 밝혀진 19명의 살인행각 외에도 또 다른 3건의 살인행위가 있다고 밝히고 있어 유씨가 저지른 살인행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살인행각으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궁에 빠질 뻔한 범죄
경찰 수사방식이 피해 키워

엽기 살인행각을 벌인 유영철의 살인행위는 올 7월달 들어서도 4차례나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평균 3∼4일 정도에 살인을 한번씩 해 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경찰이 진행하고 있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수사 진척이라면 고작 범인이 찍힌 패쇄회로 사진과 범인이 신고 다닌 신발자국 확보가 전부였다.

이번 사건 역시 모 전화방 업주의 제보전화로 우연히 유영철을 연행하게 됐지만, 범인은 경찰조사를 받다 한차례 탈출한 적도 있었다.

물론 경찰은 범인의 지병인 간질병증세가 악화돼 잠시 수갑을 풀어줬는데 그사이 유영철이 탈출을 했다고 밝혔지만, 현행범을 긴급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이처럼 허술한 모습을 모였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지난해 9월 처음 사건이 발행한 후 지금까지 특별한 단서하나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경찰의 수사에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과 같다.

경찰이 엽기살인범 유영철을 잡은 것 역시 경찰의 수사에 의한 체포라기 보다 시민의 제보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부유층과 '보도.전화방' 여성 19명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은 것도 유영철 스스로 자백함에 따라 밝혀진 것이다.

만일 유영철이 사건의 전모를 스스로 털어놓지 않고 자신을 감금 폭행죄로 고소한 전화방 여성에 대한 폭행문제로만 경찰 진술을 끌고 나갔다면 이번 살인행각은 영원히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강력범죄들에 대비해 경찰수사의 진척상태가 미흡한 원인은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수사 방식 결여도 문제지만 관례화 돼 있는 초등수사 방식이 가장 문제점인 것으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처벌 규정은 '사형'
범인 유씨, 감량받을 근거 없어

범인 유영철씨가 살해한 사람 중 현재 밝혀진 것 만해도 모두 19명이나 된다.

또 앞으로 경찰조사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는 범죄가 3건이나 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의 범죄행각으로도 유씨는 형법상 '사형'을 면하기 어렵다. 
 
현행 국내 형법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250조1항)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의 이 조항은 결국 사람을 살해한 자 중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극형에 처한다는 조항이다.

따라서 유씨의 이번 범죄행각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이 주된 동기였고, 그 대상자 역시 아무런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없는 사람들을 무차별 살해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가장 주요부분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씨가 재판과정에서 개선(改善)의 정을 보이고, 지병인 간질병이 살해동기의 한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유씨는 법정 최고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 시절 유씨와 비슷한 연쇄 살인범들(지존파 93년 5명살해/온보현 94년 2명살해) 의 경우 거의 대다수가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전례로 봐도 유씨의 이번 살인행각은 매우 무겁게 다뤄질 전망이다.

김재경/사회전문 대기자 kj060909@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