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간 가격차 심해.. 판매 가격 내릴 때는 미온적 태도 - 국제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을 16일 자정부터 30원∼80원까지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시중 주유소들은 정유사의 이같은 인하발표에도 불구하고 종전가격 그대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칼텍스와 SK, 현대오일뱅크는 국제원유가격의 하락을 반영해 국내 유가의 가격을 16일 자정부터 일제히 내린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의 이같은 유가 인하 발표는 자동차 소유자 등 유류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7일 오후 현재에도 시중의 일부 주유소들은 휘발유가격을 종전의 1349원∼1430원, 경유는 840원∼920원까지 그대로 판매하고 있어 정유사의 발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중 주유소의 경우 같은 지역, 그것도 근거리에 소재하는 주유소간에도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심지어 휘발유 1리터당 가격이 100원에서 2∼3백원 차이가 나기는 보통이어서 같은 정유사의 기름값이 어떻게 이런 정도의 가격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 소비자들은 의구심까지 자아내고 있다.

최근 몇년 전부터 국제원유가격의 잦은 등락 영향으로 인해 정유사들은 기름값을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번에서 두 번 정도 가격을 인상시키거나 내리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원유가의 인상에 따른 정유사의 기름값 상승 발표되면 시중 주유소들은 발표가 나기 무섭게 인상된 기름값을 적용해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원유가 하락에 따른 기름값 인하에는 매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시중 주유소들은 기름값 하락에 따른 판매가격 적용 기간을 보면 보통 하루에서 많게는 4∼7일 정도가 지나도록 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판매가격 적용은 결국 '부당이득'문제와 그에 따르는 세금포탈 등의 문제로 확대해석 할 수도 있는 만큼 정유사와 정부 감독기관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기로 알려진 국내 기름값의 결정은 국제원유가의 등락에 따른 변동보다 휘발유 등에 붙여진 특별소비세가 가격 결정을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기름값의 상승.인하 현상은 결국 유류에 붙여진 특별소비세의 오르내림과도 맞물려 있어 정부의 보다 효율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1달러정도 오르면 정부는 에너지 절약정책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실천 가능한 대책마련을 구상하기 보다 일단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는 정책에만 급급하고 있다.
 
한편 기름값의 잦은 등락과 관련, 소비자들은 "정부가 지금처럼 우선 '땜질식' 정책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좀더 실천적이고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정유사들 역시 기름값을 인하한다는 발표로 생색만 낼 것이 아니라 일선 주유소에서의 실제 인하된 판매가격이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독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