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한만택(72세)씨 가족은 31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 관계자 면담을 통해 구명활동에 미온적인 정부태도를 비판하고 한씨에게 추서된 화랑무공훈장을 자진 반납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항의 방문에는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룡 대표와 한씨의 조카 등 가족 2인이 동행했다. 가족들은 한씨에게 추서된 화랑무공훈장과 약장, 정장을 직접 들고 와 정부에 반납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항의면담에서 “이 훈장(화랑무공훈장)은 작은 아버지(한만택 씨)의 전역식에서 명예롭게 추서될 예정이었는데, 북으로 강제 송환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한씨를 한국으로 데려와서 본인에게 수여할 때까지 직접 보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훈장반납과 함께 정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중국 당국이 ‘국군포로인줄 모르고 1월 30일 북송했다는 것은 앞뒤 상황 꿰맞추기식 억지논리”라면서 “일반 탈북자도 심지어는 1개월씩 조사하고 북송하는데 국군포로임을 수 차례 알렸음에도 이틀만에 송환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 정부의 해명을 일축했다.

탄원서는 이어 “한만택씨의 형 한만순씨도 6.25에서 전사한 사실이 있다”며 “중국 및 북한과 협의하여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한씨의 생존사실은 지난해 11월경 한씨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직접 편지를 보내오면서 최초로 알려졌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편지를 받은 가족들이 수소문을 거듭한 결과, 지난해 12월 23일 북한에 있는 한만택씨와 한국에서 온 조카가 중국에서 직접 통화가 이뤄졌고 그 자리에서 가족관계, 군번 및 소속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한씨가 연길에서 가족을 상봉해 한국으로 귀환을 추진했으나 탈북 다음날 28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한편 훈장 반납요구와 관련,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당사자가 3년 이상의 금고형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훈장이 박탈될 수 있지만, 항의의 표시로 훈장을 국가에 반납하는 행위는 법률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