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내걸고 나설 의인 열 사람이라도 나와야 할 때"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박세직·이하 향군)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국가보훈처의 ‘지침’파문, ‘21C 율곡포럼’창립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한 안보문제와 관련한 행보가 정부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어 조직내부에 경각심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향군이 대국민 안보계도 활동 수행을 위해 창립한 ‘21세기 율곡포럼’을 두고 정부 고위층 관계자가 박세직 회장에게 압력성 발언을 했다는 전언도 들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듯 박 회장은 포럼 창립 다음날인 1일 향군 임직원들과 산하업체 사장·직원들을 잠실 향군회관으로 소집해 향군의 진로와 시국에 대한 격정을 쏟아냈다.
박 회장이 전 직원을 비상소집한 것을 전례 없던 일.

이와 관련, 비상소집 회의에 참석했던 향군의 한 관계자는 2일  박 회장의 모습에 대해 “율곡포럼에 대해 모종의 압력을 받은 듯 작심하고 비장한 모습이었다”며 “얼굴과 어조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전투에 임하는 장수 같이 결연함이 묻어났다”고 묘사했다.

◇ 박세직 회장과 향군 임직원이 강연을 마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 회장은 비상소집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국가안보에 무임승차 할 바에는 향군이 없는 게 낫다”면서 “오늘 이후 필사즉생(必死卽生)의 비장한 각오로 향군 활동의 정당성을 알리고 ‘21C율곡포럼’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라”고 말했다.
현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

박 회장은 이날 30여분동안의 강연에서 “이순신 장군을 말로만 존경할 것이 아니라 목숨을 내걸고 나설 의인 열 사람이라도 나와야 할 때”라며 “시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 후일 역사가들이 ‘그 시대에 향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변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어떤 탄압이나 조치가 이어진다 해도 향군은 만반의 대응책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며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내걸고 독립운동에 나섰다. 향군직원들도 1년 동안 봉급을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스스로가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독려했다.

안보 위기의식도 고취시켰다.
박 회장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다는 “남한 방문은 국방위원장 자격이 아닌 통일 점령군 사령관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언급하면서 “김정일의 말은 공갈 협박이 아니라 현 상황을 직시하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향군은 안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면서 “사시생의 80%, 입대장병의 75%가 미국을 주적으로 여기고,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 6·25전쟁은 북침이라는 오도된 시각을 갖고 있는 국민에게 올바른 안보관을 심어주는 일은 안보단체인 향군이 해야 할 일”이라며 향군 정관에 명시된 ‘호국정신 선양’ 임무를 강조했다.

그는 강연을 마치고 강의장을 나가다 다시 돌아와 직원들을 모두 일어서게 한 뒤 “향군은 역사적 사명을 다하고 목숨을 다해 대한민국을 지키며, 오도되고 오염된 국민의식을 계도하는데 앞장선다”는 구호를 직접 선창했고 전 직원이 따라했다.

[윤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