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동안 빨갱이 성토하러 집회장에 자주 나가봤지만, 20대 젊은이를 만나기란 천연기념물 만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었는데, 어제 인천 맥아더 공원에서 그런 천연기념물 희귀종(?)을 만났다.

그것도 배꼽티를 입은 아주 예쁘고 知性美도 풍기는 아가씨였으니, 내 눈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처음엔 한총련 여학생이 잘못 알고 우리 쪽으로 온 게로구나 하고 지켜보았더랬는데, 그녀가 우리편이라는 건 그녀의 "빨갱이는 가란 말이야!"하는 구호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경찰 진압대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갇히는 신세가 되어 몇 시간을 길바닥에 서 있는 동안 지루하고 또 서서이 지쳐갈 때쯤에 젊고 발랄한 배꼽티 아가씨가 주는 밝고 신선한 분위기는 60~70대 양로원(?)데모대 사이에서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부지런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대기에 내가 "記者요?"하고 물었더니, 웃으며 "제가 記者로 보여요? ㅇㅇ 연대 소속 회원이예요"한다.
얼마나 흐뭇하고 이쁘게 보이든지......(정말 예쁘고 知的인 용모의 아가씨였다)

항상 그렇듯이 빨갱이들의 집회장면을 보면 무슨 史劇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백 개도 훨씬 넘어 보이는 깃발을 나부끼며 떼지어 몰려오는 장면은 정말 위압적인 장관이었다.
개새끼들 돈도 많다. 밥 한끼만 처먹어도 돈이 얼마야?
어 씨펄, 우리는 언제 한번 저렇게 위세 당당히 행진해 볼까?
이게 무슨 놈의 세상이길래 빨갱이들이 위풍당당히 깃발 들고 행진하고 우리는 경찰진압대에 갇혀 오고 가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

겨우 200명 정도의 머리 허연 노인네 부대가 뭘 어떻게 하겠나?
고작 달걀 500개 정도를 던지고 욕을 해 보지만 간에 기별도 안 가고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빨갱이 깃발부대가 경찰의 보호아래 맥아더 공원으로 들어갈려는 찰라 용감한 한 할아버지가 달려들어 맨 앞의 깃발 하나를 잽싸게 낚아채어 찢어버리고 옆의 깃발을 다시 뺏으려 달려드니 그놈이 깃발을 안 뺏길려고 공원 안으로 x나게 도망간다.

아, 그 용감무쌍한 할아버지가 바로 sooyangsan 선배님 아니신가?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무궁화 4개 경찰서장이란 놈도 sooyangsan선배님의 호통에 정신이 반쯤 나갔을 게다.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여기저기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지만 우리가 힘으로 어떻게 당할 수 있겠나.
경찰방패를 한번 힘껏 밀어봤더니 철벽같다. 에고 말아라, 이게 무슨 짓인가?

어벙한 빨갱이 놈들이 길을 잘못 들어서 우리 앞을 지나서 맥아더 공원으로 들어갈려다 잡혀서 얻어터지기도 하고 호통도 듣고 하는 사이 봉고차 위에선 젊은 애국청년과 경찰이 격렬한 씨름판을 벌이고 있다.
백두장사 급은 되어 보인다.
어이구, 저러다가 떨어지면 크게 다치는데...적당히 하지 그래, 경찰이 우리 敵도 아니고 상부의 지시와 명령대로 움직이는 공권력의 제일 말단세포에 불과한데 그렇게 격렬하게 싸울 건 뭐 있나.

정작 싸워야할 상대는 지금 공원 안에서 노래부르고 지랄하고 자빠져 있는데.....

아들 같은 어린 경찰을 세워놓고 ㅇ새끼, ㅇㅇ새끼, x새끼, xx새끼 같은 저급한 욕설을 늘어놓는 건 아무리 집회장의 고조된 분위기를 참작하더라도 모양새가 좋질 않고 잘못하면 악용될 수도 있는 신중치 못한 처사였다고 본다.
책임자에게 항의해야지 어린 말단 경찰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렇게 필요 없는 인격적 모독을 가하는지 모르겠다.
나라사랑하는 만큼 품위도 지켰으면 좋겠다 싶다.

"경찰에게 폭언을 삼가합시다." 한마디했더니, 금방 "넌 뭐야, 정체가 뭐야"하고 당장에라도 나를 프락치로 몰아 부칠 기세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게.........흥분의 농도가 높다고 애국의 농도도 높은 건 아니다.

6시간 반 동안 집회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을 한마디로 하자면 "참담하고 무기력했던 시간"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선언만 안 했다 뿐이지 벌써 赤化통일은 완료된 게 아닌가 싶다.

애국세력의 지도자然하는 그 많은 잘난 사람들은 다 어딜 가고 한 놈도 보이질 않는 것인가?
감투싸움, 끗발싸움 하느라 정신 없는 그 잘난 지도자 선생님들!
자나깨나 컴 앞에서 애국자然하는 그 잘난 글쟁이들, 다 어딜 계셔?
군중을 모아놓고 일장연설하는 무대가 아니면 관심도 없는 자칭 애국지도자님들!
시절 잘 만나면 감투하나 쓸 생각으로 요리조리 바쁘게 머리 굴리지만 말고 한번 나와보셔!

당신네들의 그 잘난 일장연설이야 들으나마나 뻔한 소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일장연설도 아니고 현란한 글솜씨도 아닌 몸으로 막아야하는 물리력이요.
제발 머리수 하나라도 채워주쇼!

아들 같은 경찰들과 몸싸움 벌이느라 지금쯤 몸살을 앓고 있을 K동지, P동지 그리고 몸을 아끼지 않고 투혼을 발휘했던 여성단체의 회원님들(얼굴은 알지만 성함을 모름), 연설과 구호선창 솜씨가 일품이었던 삿갓님! 그리고 뒤치닥거리와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느라 고생했던 이ㅇ수님, 그리고 배ㅇㅇ님.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무기력하고 지쳐 가는 집회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젊고 힘찬 목소리로 패기 있게 싸웠던 무한전진, 자유개척청년단, 그리고 먼길을 찾아와 몇 시간이고 서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던 머리허연 애국선배님들!
다들 무더위 속에서 고생들 많았습니다...

다음 집회장에서 또 만나게 되겠지요.
아, 참, 그 예쁜 배꼽티 아가씨도.....

< delmona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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