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법 대선 자금 수사와 관련해 15일 오전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오후 7시 검찰청을 나와 귀가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재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 관계로 당장 이 전 총재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 진상규명을 위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진술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이 대선 자금 불법적으로 모금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모르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지만"앞으로 "진술을 더 지켜 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전 총재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진상규명을 먼저라는 입장이어서 법적 책임 정도도 그 이후에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대선 때 실제로 최돈웅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 등에게 구체적으로 불법 모금을 지시했는지 와 SK 삼성 LG 현대차 등으로부터 502억원의 불법자금이 당으로 들어와 집행된 내역 등을 보고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 외에 대선 자금 모금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 모금에 최돈웅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 등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최 측근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이날 검찰 출두에 앞서 이 전 총재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 자금 모금은 대통령 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로,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불법자금의 규모와 관련,"지난 대선에서 우리 당은 기업으로부터 500억원 가량의 불법 대선 자금 받아썼다"고 밝힌 뒤 '앞으로 어떤 추가적인 불법자금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또한 모두 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또 "대리인들만 처벌받고 최종 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에서는 결코 대선 자금 어두운 과거가 청산될 수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검찰도 이 전총재의 기자회견을 보고서야 출석사실을 알게돼 이후 긴급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조사 방법 등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에 자진 출두한 이 전 총재는 과거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 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았던 1113호 특별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석정희 기자 junghee@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