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고(故) 정몽헌 회장을 만나 비자 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신라호텔에서 현장검증이 실시됐지만, 이익치씨와 엇갈린 진술로 서로의 주장만을 강조했다.

28일 현장검증을 위해 호텔 커피숍에서 대면한 두 사람은 처음부터 엇갈린 주장만을 되풀이한 뒤 먼저 권 전 고문은 이곳 호텔 커피숍에서 "고 정몽헌 회장과 김영완씨 그리고 이익치 전 회장을 만난적이 없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권 전 고문은 "호텔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완전히 노출된 커피숍에서 어떻게 얼굴이 알려진 4사람이 여러 차례 만날 수 있냐"며 "만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익치 씨의 주장을 "다 거짓말이다. 완전히 거짓말이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익치 씨는 권 전 고문을 다섯차례 만날 때마 다 자신이 엘리베이터까지 마중했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권 전 고문과의 설전도 피하지 않고 "두번 다 여기서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주장하면서 "대인이면 대인다워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권 전 고문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신라호텔 한 직원은 "권 전 고문이 지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주일에 2-3차례씩 들려 30만원대의 고급 요리를 주문했다"는 증언한 후, 이 호텔 식당에서도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권 전 고문은 이곳 식당에서 고가의 상어지느러미 찜과 외산 포도주까지 4인분에 백만원이 넘는 음식을 즐겼다고 식당 직원 유 모씨는 증언했다.

법원은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현금이 든 사과상자 20개를 싣고 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장검증을 한차례 더 하기로 해 앞서 진승현 게이트에 관련해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현장검증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던 권 전 고문이 이번에는 어떤 판결을 받게될지 주목된다.

김재경 기자 kj060909@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