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19 의거를 맞이하여 아침 일찍 수유리 국립묘지로 향하였다.
고귀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뜻도 있었지만, 내심 작년 4.19 기념일에 벌어진 야당대표 화환 봉변 사건의 우려를 안고 업무 바쁜 이상훈(반공지사)님과 동행하여 기념식 현장에 일찌감치 도착하였다.

기념식 내내 우리의 눈은 야당 대표의 화환에 촛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든 작년과 같은 몰상식한 행위를 시도할 경우 몇 초 내에 달려가 제지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기 시작했고, 우리는 사람들이 다 돌아갈 때까지 화환 곁을 지킬 요량으로 굵은 빗줄기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작년 같은 사태는 없을 것 같은 느슨한 분위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필자는 잠시 여유를 가지고 허탈한 마음으로 노무현의 화환을 지켜보던 중 특종 아닌 특종을 잡고 말았다.

노무현의 화환

노무현대통령의 화환을 우산으로 내리치며 "좌파 대통령 노무현 물러나라" 를 외치는 한 시민
(셔터를 급하게 눌렀지만 카메라 성능의 한계상 중요한 순간 포착을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이 사진은 기자들도 포착하지 못한 장면이다.)

우산으로 화환을 내리친 뒤 경찰에 의해 질질 끌려가고 있다.

끌려가면서도 소리를 지르자 경찰들이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다.

"빨갱이 노무현 물러가라"를 외치자 경찰이 입을 틀어막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노무현정권과 좌경세력을 소리 높여 성토하였다.
그는 곧 강북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사건 후 필자가 다시 돌아가 사진을 찍었을 때 바닥에 흩뿌려진 꽃잎과 우산에 패인 종이는 말끔히 치워지고 단장돼 있었다.

사건후 경찰들이 배치되어 화환을 지키고 있다.
작년 야당대표의 화환이 봉변을 당했을 때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던 경찰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화환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노무현의 화환과 문제의 우산.
경찰들이 정황이 없어서인지 증거물도 챙기지 않고 시민을 연행해 줄행랑을 쳤다.
사진 속 우산은 필자가 주변에서 찾아내어 연출한 것이다.
증거물은 필자가 보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필자에게 학생증까지 내어주며 서울시내 모 대학 한의학과 97학번이고 본과 2학년 김모씨라고 스스로 밝혔다.

필자는 돌아오는 내내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무거운 걸음으로 귀가를 재촉했다.

서울=알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