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오는 멸공산악회 안중헌 씨(남,74세)와 현구용 군(남,23세)을 요행이 부평역에서 랑데부하였다. 현구용 군은 신문광고에 따라 목검을 한자루 들고 나왔다. 일행은 동인천역에서 내려 안중헌 씨의 안내로 단골 묵밥집에서 묵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12시에 자유공원에 도착했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정상부 아래 쉼터에는 중년 및 노년의 시민들이 그늘아래 벤치마다 가득 앉아 있고 정상부로 오르는 돌계단에는 전경들이 앉아 점심을 식판에 받아먹고 있는 중이었다.

자유공원은 인천시 중구 송학동 1가 11번지에 있는 해발 100m 높이의 야산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은 10m×50m 넓이의 정상부 동쪽 끝에서 서쪽으로 보고 서있고 서쪽으로는 지금은 매립으로 연륙이 되어 있는 월미도가 눈 아래 보였다.
아마 월미도로 상륙하는 연합군의 위용을 연연세세토록 보도록 이 자리를 인천 시민들이 택한 모양이다.

동상 뒤는 비워둔 채 동상 양옆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전경들이 두 줄로 느슨하게 늘어 서 있고 군중은 없었다.
정상부에서 5m높이의 돌계단을 내려오면 돌계단 옆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넓은 광장이 있다.
광장에는 남북으로 양분되어 남쪽에는 전경들이 무대를 둘러싼 채로, 북쪽에는 애국우익 시민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무대 남쪽 코너에 배은망덕한 좌익 미친개 20마리 가량이 전경들의 보호를 받으며 웅크리고 있었다.
무대중앙 뒷 편에는 인천 황해도민회, 인천 재향군인회, 인천상륙작전 참전용사회의 플래카드가 당당하게 걸려 있고, 무대 옆에는 노랑색 바탕에 파란색 한반도기와 인천빈민연합 플래카드가 서 있었다.
‘친북반미 박멸하여 승공통일 이룩하자-멸공산악회’라고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는 돌계단 맨 위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천상륙작전 참전용사회, 해병전우회, 황해도민회, 인천 재향군인회 등의 회원과 인천 시민들이 꾸역꾸역 몰려오고, 이에 비례하여 전경들도 증강되었으며, 절정기의 시민은 5000여명, 경찰은 1000여명으로 보였다.

광장에는 자유시민연대의 가두방송 차량에서 군가가, 주최 측의 확성기 방송에서는 연사들의 연설이, 무한전진의 포터블 확성기에서는 구호가 무대를 향하여 쏟아져 나왔고 고조된 젊은이들과 해병전우회 용사들이 미친개를 향하여 돌진하곤 했으나 전경들의 완강한 저지에 좌절되곤 했다.

본래 저들의 계획은 2시부터 무대에서 행사를 마치고 정상부로 올라가서 동상의 목에 밧줄을 걸고 무너뜨리는 퍼포먼스였으나, 숫적으로 너무나 열세이므로 행사를 미루다가 3시경에 슬그머니 무대중앙 뒤편의 플래카드를 내렸다.
그리고 주한미군철수와 맥아더 장군 동상철거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달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 던질 것이 없어 처음에는 플래카드를 다는 미친개에게 물병을 던지기 시작했으나 별 효력이 없자 어디서 주워 왔는지 돌멩이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사다리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자 포기하고 내려왔다.
아마 전경이 없었다면 밟혀 죽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최초 계획인 퍼포먼스는커녕, 서있기조차 버거웠는지 산 아래로 통하는 무대 옆의 돌계단을 타고 미친개들은 꼬리를 내린 채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전경들도 철수하기 시작하자 멸공산악회 배명섭 씨(남, 36세)와 현구용 군이 내팽개쳐진 우리의 플래카드를 자존심과 기세싸움의 차원에서 텅 빈 무대중앙에 도로 달았다.

집회에 나온 임운영 씨(여, 38세, 동구 신천동)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인천시민의 자존심이자 의리의 표상인데 이를 철거한다는 것은 국제적 조롱거리이므로 이를 저지하러 기꺼이 동참했다”고 자랑스럽게 기자에게 말했다.

경찰은 중대 규모의 병력으로 동상을 24시간 경비한다고 했다.

<배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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