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5일 막을 올린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에서 맞붙은 4명의 `예비 경쟁자'들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에 떠올렸을 법한 올연말 대선 시나리오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 대권가도를 단독질주하고 있는 이 후보지만 대선지형이 언제라도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신당 후보들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이 후보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당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같은 색깔을 갖고 있어서 저와의 대결은 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정권연장 세력 대 정권교체 세력의 대결 양상을 띨 수밖에 없으므로 상대에 상관없이 '내 갈 길만 가겠다'는 여유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상대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선구도나 그에 따른 전략도 달라진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여론지지율로만 봤을 때는 손학규 후보가 최대강적.

한나라당에서 지지율 3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던 그는 탈당 후 일약 범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해 이 후보의 맞상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오히려 손 후보가 가장 쉬운 상대일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수도권 도백(道伯)' 출신이란 공통점과 함께 화이트칼라층, 젊은층, 도시중산층 등 지지계층이 대부분 겹치는 상황에서 `탈당 전력'이 한나라당 지지층과 여당 지지층에게 모두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

한 측근은 "손 후보와의 대결은 구도싸움이 아닌 인물경쟁이 될 것"이라며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어 예단하기 힘들지만 손 후보의 탈당 이전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를 감안하면 의외로 싱거운 승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후보와 맞닥뜨릴 경우 '구도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후보측의 전망.

호남(전북 순창) 출신이자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 후보와는 `동쪽과 서쪽'이라는 지역구도와 함께 '경제대통령과 통일대통령'이라는 `이슈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해찬, 유시민 후보 등 `친노(親盧) 계열' 후보와의 경쟁은 `민주 대(對) 반민주'라는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 자신이 6.3사태때 한일국교 반대시위로 형무소에 6개월 복역한 경험이 있는 민주화세대이지만 보수 색채가 강한 한나라당 후보란 점에서 범여권에서는 '반민주 세력'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

아울러 이해찬 후보의 경우 국민회의 및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교육부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국정경험을 탄탄히 쌓아왔다는 점에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서울시장의 `성공신화'를 이룬 이명박 후보로서도 결코 간단치 않은 경쟁자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 3명의 후보 모두 참여정부에서 각료를 맡았던 경험이 있어 이 후보로서는 이른바 `국정실패 세력'으로 몰아 부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는 내부 시각도 많다.

범여권 '장외후보'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같은 기업 CEO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선'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지금까지는 문 사장과의 대립각을 세울 만한 타이밍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인 김형오 전 원내대표는 "지금의 여당 후보들은 사실상 대선 승리보다는 각자의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해 대선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이 후보는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책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