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당원부호'대둔산 820호'부여받아 서울 노원구 공릉동소재 민가에서 현지 입당.. 열린우리당이 강행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이 점차 그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

국보법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열린당 소속 이철우(경기 연천 포천)의원이 지난 92년 6월6일 북한 조선로동당에 현지입당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치권을 충격의 독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시 북한 조선로동당에 입당한 이철우씨는 '대둔산 820호라는 당원부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직명으로는 '강재수'를 부여받고 강원도당 위원회의 교양담당 비서 및 춘천권 담당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8일 미래일보 인터넷판을 인용 보도한 사이버뉴스24에 따르면 이철우 의원이 연루됐던 '남한 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사건'은 북한이 조선로동당 서열 22위인 간첩 이선실을 남파, 95년 공산화통일을 이룰 계획이었던 간첩사건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선실은 또 80년 3월경부터 90년 10월까지 10여 년 간 남북한 및 일본을 왕래하면서, 북측 공작원들과 함께 대남공작을 지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철우 의원은 북한 조선로동당의 하부조직인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 등에게 포섭돼 다른 주사파(主思派) 핵심분자들과 함께 북한 조선로동당에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로동당 현지 입당절차는 '적기가'와 '수령님께 바치는 충성의 노래'를 제창하고, 오른 손을 들고 '맹세문'을 낭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당맹세문에는 또 '수령님께 무한히 충직한 수령님의 전사이다, 나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주체형의 혁명가이다, 나는 전선의 영예로운 전사이다'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철우 의원의 이 같은 전적이 밝혀지면서 가뜩이나 '사상개념'에 휩싸여 있던 열린우리당은 최대한의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 주창하는 정당이 소속의원들의 북한 로동당 입당 전적자체를 '아무런 문제가 될 것 없다'는 반응 또한 상당히 모순 있는 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여론주도층에서는 "아직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로동당 입당 전적을 가진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되고, 이들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국법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이 나라의 정체성에 엄청난 혼란을 부추길만 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보수적 성향의 여론은 "열린우리당이 시급한 민생법안은 뒤로하고 '국가보안법폐지' 상정부터 강행한 것은 '주사파'출신 등 당 소속 의원들의 입지해소를 위한 '그들만의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보수파들은 또 "남과 북이 경제적 교류를 하면서 평화적 대화의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해도 북한은 핵(核)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한반도의 현실"인 만큼 "아직은 우리 스스로 북한의 위험성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이철우 의원의 조선로동당 가입문제는 좀더 내용을 명확히 가려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이철우 의원 개인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의 해명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가보안법 폐지 등으로 인한 여야의 대치국면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계속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눈초리 또한 매우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불거진 열린우리당 현역의원의 북한 조선로동당 가입 전적은 거대 여당의 정체성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