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부대 파병하는 나라는 바보인가?

우리나라는 월남전 이후에 첫 해외파병인 동티모르 파병이후 줄곧 해외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동티모르 이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등에 파병하였는데, 그 공통점은 하나같이 “비교전부대”―송영선 의원이 비전투부대는 틀린 말이라고 하길래, 그냥 비교전부대로 불러본다―, 즉, 건설, 의료 등 주로 봉사활동 및 그에 수반된 경비 위주이지 교전에 임하는 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칭 “비전투부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교전부대 자체는 좋은 것이다.

분쟁지역 국민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이며, 인류평화의 밑거름이다.

맞는 말이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도 인식수준이 한국인의 한계라는 것이다.

분쟁국가에서 파병요청을 하는 것은 해당지역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소탕하는데 보탬을 달라는 것이다.

즉, 반정부세력을 소탕해 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교전부대를 보내달라는 것이다.

건설, 의료 같은 비교전부대를 보내면, 해당지역 주민들에겐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해당지역 정부 입장에서 좋은 일일까?

안 그래도 반정부세력 때문에 민심을 얻지 못하는 정부를 약 올리듯 민심만 얻는 비교전부대가 좋아 보일까?

젊고 예쁜 여자가 가사를 무료로 돕겠다며 안방을 들락거릴 때 안주인의 마음이 편할까?

외항선 타러 나간 남편 대신 아내를 위로해 준다며 옆집 아저씨가 가게 일을 도울 때 남편마음이 편할까?

파병요청은 정부가 했는데, 파병부대는 정부를 돕는 차원에서 반정부단체와 싸워주지 않고 주민들에게 봉사하여 민심만 딴다.

정부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것이다.

안 그래도 주민들의 민심을 얻기 어려운데 저들 비교전파병부대가 민심만 도둑질하니까 말이다.

당연히 점수따기 하러 온 부대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악역만 수행하고, 파병부대는 점수만 따는 꼴이다.

민심도 못 얻는 못난 정부이지만, 그래도 정부다.

전후에 자원개발 등 각종 이권사업을 획득하려면 그 나라의 그 못난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이권 사업을 결정하지 못한다. 정부가 결정한다.

우리가 실컷 파병하고도 간과한 것이 바로 이점이다.

그래서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하고도 이권 하나 획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티모르 파병하고도 석유개발권 하나 얻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간 정부가 우리나라 인질과 탈레반 포로의 교환에 응해주지 않는 것이다.

교전부대를 파견하여 우리부대가 탈레반 포로 몇 명이라도 체포하여 인계했다면 모를까 내놓을 카드가 없다.

그러니 내놓을 게 돈밖에 없고, 그나마 점수따기용 비교전부대조차 철수해야 하는 수모를 당한다.

기업이나 할 이미지 개선 사업에 군 동원

정말 우리는 아프간 정부가 주민으로부터 따야할 점수를 비교전부대가 훔치는 격이 됨을 모르는가?

왜, 기업의 이미지 개선 차원이나 봉사단체의 본원적인 활동 차원에서 다룰 일을 우리 군에서 하는가 말이다.

정부가 불렀으면 정부와 상대하고 정부의 비위를 맞출 일이다.

주민의 비위를 맞추고, 정부의 비위를 거슬리는데 어느 정부가 좋아할까.

주민은 파병요청 당사자가 아닌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가 좋다는 것도 국민 간의 관계보다는 정부 간의 관계 아닌가?

비교전부대는 분쟁지역이 아닌 재난지역에 파견해야 할 부대이다.

그런데 우리의 공병과 의료병력을 터어키 대지진 때나 수마트라 대지진 때 파견했는가?

괜히 공병, 의료 병력을 교전지역에 보내어 해당지역의 민심만 정부로부터 이반시키고, 우리군의 공병, 의료 공백만 초래하면서도, 정작 재난지역에는 비교전부대조차 안 보내고 보안업체가 가는 이런 국제감각으로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교전부대는 그 나름대로 월남전 이후 실전경험이 전무하고, 비교전부대의 파병으로 국내 공병, 의료 병력수급이 막대한 차질을 빚는 꼴을 보라.

덤으로, 혹자는 서해교전 순직 장병의 보상금이 5천만 원인데 아프간 인질 구출자금이 20억 원이라고 하니 말이 되느냐고 하는데, 사실 확인을 할 길이 없지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6.25 참전 파병국인 터어키 지진 때 우리정부가 보낸 돈이 고적 2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돈을 써도 정말 쓸 줄 모른다.

6자회담 당사자가 스스로 균형자 소리나 해댈 정도로 “당사자”에 대한 관념이 흐른데 어련할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