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상대 黨 향해 입에 올리기 거북스러운 표현도 불사.. 벌써부터 정권 재창출 거론 '기가막혀' - 여야의 의견차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새해 예산안에 대한 법정처리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여야의 서로 헐뜯기 정치공세는 날로 그 수위를 더해가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눈총은 점점 더 따갑기만 하다.

특히 국회 예결특위 정상화를 위해 마련된 여야의 원탁회의에서도 이렇다 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고, 30일에는 여당이 단독으로 새해 예산안을 예결위로 넘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여야의 이 같은 극한 대립으로 의회주의의 기본 원칙마저 깨지는 사례가 연속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각 당의 입장만을 고수한 채 상대 당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4대 입법을 두고 '장기집권 구상'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인권과 민주주의 선진국이 되면 한나라당의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특히 열린당은 "대선 패배의 이유를 깨닫지 못하고 역사발전의 도도한 흐름을 거부하고만 있으니, 우리가 당신들에게 질래야 질 수가 있겠는냐"면서 "당신들은 죽어도 모를 것"이라는 등의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김형식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믿고 탄핵했는데, 왜 국민에게 혼나야 했는지를... 경제가 이렇게 나쁜데, 왜 개혁입법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높은지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보수세력과 한나라당이라는 강고한 개혁반대 세력이 버티고 있는데, 왜 우리 사회는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는지..."한나라당은 알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부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갖은 이유와 억지주장으로 개혁입법을 지연시키면서 아마도 시간을 자신들의 편으로 믿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시간은 항상 정의(正義)의 편인 만큼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정도의 유리한 시간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라도 한나라당이 역사의 발전 방향을 깨닫고 동참해 열린당의 재집권을 가로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열린당은 다만 개혁입법을 완수하라는 역사의 명령을 따를 뿐"이라며 4대 개혁입법의 강행방침을 시사했다.

이어 김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열린당의 발목을 놓고 일어서서 역사의 발전방향으로 같이 걸어갈지, 아니면 열린당의 발목이라도 붙잡고 역사의 힘에 의해 질질 끌려 갈 것이냐"를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당을 반년만에 깨버리고 새정치라는 명목으로 '신당'을 만들어 사상 유례 없는 '정치 쇼'를 펼치더니 이제는 '단독국회 여는 것이 열린당의 새정치가 돼 버렸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노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 한 후 지난 1여년 동안 보여 준 것은 '날치기' '단독국회' '독식' '야당인사 빼가기' '여야 합의 뒤집기' 등이었다면서, '예결위 단독 운영' '원탁회의 합의 뒤집기' '국민분열법 강행 협박'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열린당의 이 같은 행태는 새정치가 아닌 완벽한 '낡은 정치'라고 말하고,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외유, 집권당 책무, 예산안 법정 시한내 처리 등을 볼 때 국회 정상화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쪽은 오히려 열린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열린당이 내년 3월에 개최 될 전당대회에서를 대비해 벌써부터 예비주자들이 당권 장악을 두고 서로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면서, 열린당의 이런 모습은 다수당으로서 무책임하고 무능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또한 열린당은 '국감' '대정부 질문' '예결위'에서 봤듯이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 도덕적 결함을 감추기 위해 파행을 의도적으로 꾀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여권이 새정치의 기본이라도 할 뜻이 있다면 한나라당은 밤샘을 해서라도 민생법안과 예산안을 심의를 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의 두 거대정당이 펼치는 이 같은 '책임전가'식 공방으로 국회의 정상적 운영 마비는 물론 여야의 극한 대립국면 초래, 여론의 혼란과 선동, 그리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난 16대 국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이번 국회를 두고 서민들은 "이제라도 정치권이 국민과 민생을 위한 정치에 몰두해야 하며, 당리당략적이고 이기적인 기존의 정치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