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연한 결론.. 민노당, 한나라-열린당 싸잡아 비판.. 민주, 헌재 결정 존중.. 자민련, 노무현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 비난 -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그동안 찬반 논란을 거듭해 오던 신행정수도 이전문제가 2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모든 문제가 일단락됐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선고가 내려지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후속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고 야당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정치권의 시각은 분명히 엇갈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고 후 청와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당정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헌재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에 대해 "시간을 갖고 결정내용과 취지, 타당성과 효력의 범위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해서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발표는 헌재의 '위헌선고'를 일단은 받아들이지만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에 따른 추가적인 문제들을 보완, 계속 추진할 뜻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열린우리당도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마련에 착수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도이전사업은 중단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후속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번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의 '위헌선고'도 한나라당이 선동한 반대여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입법부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열린당은 또 비록 헌재의 '위헌'으로 결론은 났지만, 국토의 균형발전, 지방분권화라는 이 시대의 큰 요구와 수도권 과밀화, 삶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열린당의 노력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열린당 내부의 긴밀한 논의와 당정협의를 거쳐서 차분하게 향후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여 청와대가 밝힌 '충분한 시간과 심층적 검토'라는 재추진 의지와 뜻을 같이했다.

반면 신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나라당은 헌재의 이날 위헌선고'는 역사적 결정이라며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특히 헌재의 결정으로 참여정부가 강행하던 수도이전 관련 모든 행정 조치는 이 순간부터 무효화된 만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수도이전을 강행하려는 위헌적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켜 국민들에 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면서, 이 문제로 마음속 깊은 상처를 입었을 충청도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앞으로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한 신행정수도 이전 사업에 대한 '헌재'의 이날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모든 문제의 책임은 열린당과 한나라당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지금까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을 졸속적으로 추진해 온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지적하면서도 '헌재'가 '관습헌법'을 근거로 이번 재판을 한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의 조건으로 국민적 합의와 국민투표를 주장해 왔고, 이날 헌재의 결정은 매우 존중할 만한 '선고'라는 입장을 보였다.

장전형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대선 때의 공약과 달리 신행정수도 이전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천도수준(遷都水準)이라면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헌재 결정의 의미를 냉정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이규양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헌재의 위헌결정은 법리에 바탕한 결정으로써 노무현정권이 행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 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린 심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또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노무현정권이 지난 대선 당시 득표전략으로 이용하기 위해 시작한 졸속정책에 지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노무현정권의 충청도민에 대한  사기극과 같은 것이라고 비하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정부와 여당이 후보지까지 선정하고 강행하던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큰 타격을 받게됐고, 이로 인한 정부의 정책 또한 상당한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이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사업이었다는 것과 대통령의 정책추진이 법률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은 국민들의 신뢰도까지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앞으로의 전개과정이 주목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