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민 여론 전환용' 강력 비난.. 민노당 '과반수 정당답게 그 역할 다해야 할 것' - 국가보안법 존폐에 따른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12일 형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해 대체입법을 마련하는 등의 국가보안법폐지 및 입법방안을 발표했다.
 
열린당이 이날 발표한 국보법 폐지방안은 그동안 지속돼 '독소조항' 등은 폐지하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형법에 규정된 내란죄와 외환죄 항목을 수정 보완해 적용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특히 열린당의 보완입법안에는 기존의 '반(反)국가단체' 개념을 '국토 참절이나 국헌 문란행위'로 해석, 그 의미와 명칭을 '국헌문란' 단체로 대치했다.

열린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에 따른 대체입법을 발표는 앞으로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와 언론개혁법 등 다른 분야의 입법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천정배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4대 개혁입법에 대한 당론을 17일까지 수렴하고 다음달부터는 법안심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혀 강행의지를 시사했다.

그러나 열린당의 이같은 국가보안법 폐지 및 4대입법 강행에 맞서 한나라당은 여당이 갑작스레 국가보안법 보완입법안을 발표해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국면전환용' 정략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민의 절대 다수가 폐지를 반대하는 국가보안법을 국감이 한창중인 이때 대체안을 발표하며 서둘러 폐지방향으로 몰고 가는 열린당의 저의는 국감에서 겉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현 정부의 경제실정(失政) 및 도덕적 해이, 국정파탄 실상을 덮기 위한 '방패막이용', '국면전환용'이라고 주장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보법 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너무나도 중대한 사안인 만큼 여야가 합의를 거치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또 국가보안법은 '국감회피용' '국민전환용'으로 이용될 정도로 가볍고 하찮은 사안이 아니라면서, 여당은 국보법으로 국민의 시선을 분산시키려 하지말고 당초 약속한 민생국감, 정책국감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열린당도 대통령의 폐지 언급 한마디에 '억지로 폐지' 입장을 내세우면서 궁색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뜻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개정안을 내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두 거대정당의 이같은 공방에 맞서 민주노동당은 '국보법' 폐지안에 따른 대체입법은 사실상의 국보법 존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국민의 막연한 불안을 핑계로 스스로 인정했던 시대의 과제를 피해가려는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또 열린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함께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한 시대의 '논개'가 될 줄 알았더니, 겉만 화려한 노류장화(路柳墻花)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볼 때 과반수정당을 만들어 준 국민들은 개탄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혁의지가 박약하고 시대과제를 짊어질 용기가 없다면 과반수정당을 만들어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열린당의 태도를 공조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열린당은 과반정당이 되었음을 자랑하기 전에 그에 걸맞는 태도와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