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민노당 '한반도 정세 악화 될 것'... 한나라 '정부차원의 후속법 만들어라' -미국 의회의 북한 인권법 통과에 대한 국내 정치권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면서 자칫 반미(反美) 대 친미(親美)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30일 열린우리당은 미국 상원의 북한 인권법 통과가 북핵(北核) 문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 차원의 후속법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민주노동당은 북한 인권법 통과는 북한의 반발을 가져오고 결국 남북관계의 긴장고조와 한반도의 위기를 불러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임종석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인권문제가 21세기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데 이견이 없다"고 전제한 후 "미 상원을 통과한 북한 인권법안이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임 대변인은 또 지난해 11월 인권법안이 발의될 당시부터 북한이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을 감안할 때, 인권법의 미 상원통과는 "북한을 자극하고 북미관계를 악화시켜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향후 한반도정세와 북핵문제 해결을 한층 복잡하고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 전반을 생각할 때, 인권법에 따라 탈북자 수가 확대되고 남북관계 경색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북미양측이 정치적으로 대립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미국이 통과시킨 인권법안은 북한의 대응에 따라서는 오히려 탈북자들의 인권상황과 한반도 정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북한인권은 남북관계의 '옵션'이 아니라고 맞섰다. 특히 한나라당은 미국의회의 '북한 인권법'을 반대해왔던 열린우리당이 여전히 북한 인권문제를 '남북관계'와 '주도권'에 이은 차선의 문제로 여기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번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통과는 열린당이 책임여당으로서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대한 당위성부터 인정해야 한다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남북관계에서 '논외' 혹은 '옵션'으로 생각하는 이상한 원칙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또 베이징 캐나다대사관의 탈북자진입 등 탈북자문제와 북한 인권문제는 한고리로 연결돼 있는 만큼 노무현정부와 열린당은 남북문제를 대미주도권이나 조용한 외교 운운하는 반민족적이고 반인권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전 대변인은 참여정부가 비참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화급한 탈북자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자주적으로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미 의회의 '북한인권법'통과는 UN회원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이므로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특히 한나라당을 겨냥, 한국경제를 수렁에 빠뜨릴 '북한인권법'통과 문제를 환영하고 국민의 민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일에 대해 박수치고 덩달아 춤추는 모양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눈만 뜨면 경제회복을 복창하고 자신들만 경제에 관심 있는 듯 이야기하던 한나라당의 경제상식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높아질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은 대북대결주의를 버리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또 이번 '북한인권법'통과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외자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내기업의 투자부진도 깊어질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경제발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경제단견'을 버리고 일방적 '미국추종주의'가 가져올 위험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상원의 '북한인권법'통과에 대한 국내 정치권의 반응은 평소 친북 정치를 펼쳐온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간의 이념적 갈등으로 분석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인권법 통과가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의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두 정당의 대북 정책노선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명목아래 과잉적인 '친북'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노선은 '대화와 타협'을 중요시하면서도 아직 북한은 남한의 적대국이라는 개념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