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병희>

與野, '국민설득' VS '장외투쟁'.. 모든 불씨 제공은 盧대통령이 원인 -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폐지 발언 이후 여야가 '국가보안법'존폐 문제를 둘러싸고 대치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당론으로 법안폐지 결정을 굳힌 반면 한나라당은 법안 '개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 양당은 서로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은 이제 각당 지도부의 대립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국보법'폐지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열린우리당의 국보법폐지 결정에 결사반대 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여론조사에 따라 어떤 데는 80%이상이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절대다수의 국민이 불안해하고 반대하고 있는 것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국민들의 여론이 이러한데도 여당이 국회의석만 믿고 밀어붙이기를 강행한다면 한나라당은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민과 함께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것임을 경고했다.

또 그는 열린당이 추진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원내 제1야당이 막지 못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해 한나라당 대표직까지 사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이같은 법안 폐지 반대 입장 천명에 맞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0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이며 사생결단식 자세는 나라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열린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특별법이나 형법의 강화하기로 당론을 정했다"면서 "이것은 한반도에 신 데탕트 시대를 여는 한편 안보 불안을 느끼시는 일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특히 "전세계가 이념대결을 넘어 국익을 위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때에 20세기 낡은 유물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민족에게는 21세기가 있을 수 없다"며 법안폐지의 강행 뜻을 내비쳤다.

또 그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안보가 불안해지지는 않다면서, 흔들리고 불안한 것은 '냉전.수구세력의 기득권일 뿐' 대한민국은 더욱 안정된 자세를 지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이 의장은 "이적행위나 친북행위 등 명백한 불법행위를 제어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이달 말까지 국민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형법 강화로 할 것인지 특별법을 제정할 것인지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표와 열린당 의장의 이같은 존폐논란 속에 양당의 원내 대표들은 각 당의 입장을 지원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10일 집권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결정에 대해 "갈등과 분열의 진앙지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면서 강경한 '투쟁방안'을 고려할 것임을 선포했다.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교시가 내린지 불과 나흘만에 열린당이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스스로 공단임을 포기하고 거수기 정당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또 9일 제1야당의 박근혜 대표가 국보법 폐지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1천여명의 원로가 거리로 뛰어나와 여당의 국보법폐지 결정을 강력 규탄하는데도, "청와대와 여당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국보법 존치를 원하는 80%의 국민을 반민주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열린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강경대응에 맞서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이념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 이부영 당의장의 발언을 지원하고 나섰다.

그는 또 "반민주적, 반인권적, 반역사적 성격을 고려해 이 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국가보안법은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 우리 사회가 자신감과 안정감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잣대인 만큼 폐지되는 것이 당연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이어 지금 우리 사회 일부에서 "국보법 논쟁을 이념논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국보법 폐지의 수용은 우리 사회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기국회 전부터 '과거사' 규명 등으로 한때 논란을 벌이던 여야는 정기국회가 시작된  후에는 '국가보안법'존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원내 다수당인 여당은 법안 폐지라는 당론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기식' 방법을 선택한 반면 제1야당은 '장외투쟁'까지 고려하고 있어 자칫 17대 첫 정기국회가 '국보법'존폐 문제로 파행으로 치달을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여야는 국보법 폐지문제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승산이 좌우될 수 있음을 감안, 앞으로 더 치열한 홍보전을 펼친다는 계획이어서 앞으로의 전개과정이 주목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