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병희>

한나라, 핵개발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굳이 '국보법' 폐지해야 하나 - 노무현대통령의 '국보법폐지'발언으로 여야 정치권이 또 다시 냉각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6일 노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바란다면 국보법을 폐지해야한다"는 북한의 요구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보법폐지'를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분단과 냉전시대의 종결을 위해 국보법은 반드시 정리돼야 할 대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간에 '국보법' 폐지 발언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는 격이라면서 그 배경에는 또 다른 의혹감 마저 든다고 말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국가보안법을 폐지한 이유가 '법리' 때문이 아니고 그동안 잘못 쓰여 왔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법 제정의 상황과 존재' 이유보다는 '과거 정권들이 운용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 대변인은 이제 국보법 폐지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북한과 교류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적화통일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핵개발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굳이 '국보법'을 폐지해야 할 이유가 뭐냐"면서 "현재의 모든 여론조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변인은 특히 헌법상 명백한 3권분립이 되어 있는 나라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부의 입장을 전면 무시하고 가르치듯이 폐지를 강요하는 것은 월권이며 헌법파괴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빠른 시일안에 국보법 폐지에 대한 당론을 굳히겠다는 방침이어서 여야의 정면대립은 이제 불가피한 국면을 맞고 있다.

또 여당내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보법' 개정 주장을 펼쳐오던 의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당론 찬성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국보법은 폐지든 개정이든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국보법'은 '냉전시대의 산물'로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고, 천장배 원내 대표도 '국보법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실용주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국보법'개정과 폐지에 따른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안에 당론을 결정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안까지 마련하고 있어 국보법의 법안 존폐에 따른 앞으로의 여야 협의과정이 주목된다.

따라서 국보법 폐지와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이같은 대립양상은 이번 정기국회의 정상적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은 대체적으로 국보법 규정 중 일부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의 개정을 위주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열린당 내 일부 의원들도 대체입법 등을 거론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폐지론'발언에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