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과거사진상규명 특위 구성이 방법론에서 여야가 서로 뚜렷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열린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8.15경축사 제안을 적극 수용, 국회내 설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사 문제는 역사적 접근에 맡기고 민생을 우선 챙겨야 한다고 맞섰다.

열린우리당 천장배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과거사 특위문제에 관해 여야가 서로 다른 차원의 특위들이 거론되면서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국회 입법으로 "어떤 기구에서, 어떤 절차로, 어떤 대상에 대해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특히 과거사규명특위 구성을 단순히 의원들만으로 심사를 해서 법안을 만들게 아니라 국회에 국회의장의 자문기구 성격인 '진실과 화해 미래 위원회' 같은 ▲입법을 위한 국회 내의 입법특위 ▲국회 내에 자문기구로서의 위원회 ▲그리고 그 입법의 결과로서 과거사진상규명을 위한 별도의 기구 등 이런 세 가지 기구가 다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 대표는 지금 한나라당이 "국회밖에 어떤 특위를 두자.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특위를 두자"는 것은 입법의 결과로서 진상규명을 담당할 국회밖에 있는 기구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이는 한나라당이 '동문서답'하고 있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나라당이 국회 내에 입법을 위한 특위를 끝끝내 반대한다면 열린당은 현재의 여야 합의 과정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면서, 일반 상임위를 통해서 입법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밖에 과거사진상규명을 담당할 위원회나 기구와 관련해 천 대표는 그 기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것에 관해서 한나라당은 '전문가로 해야 된다. 독립적인 기구가 되어야 된다'는 등의 입장을 가지고 있고, 열린당도 그런 취지에 공감하고 있고 말했다.

천 대표는 또 열린당 역시 과거사구명 특위 구성을 "정치적 영향력을 받는 기구로 만들 생각은 조금도 없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구문제에 관해서 열린당과 한나라당간에 그렇게 큰 이견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좀더 협상과 논의가 이뤄져야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입장에 맞서 한나라당은 '과거사문제는 역사적 접근에 맡기고 정치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거듭 고수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과거사 문제는 원칙을 제시한대로 역사적 학술적 접근으로 넘기고 국회는 다급한 민생경제를 살리는데 주력하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특히 최근 과거사규명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기에 묻혀서 넘어가는 이슈들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수도 이전문제 ▲국제유가 등의 사례들을 그 예로 들었다.

임 대변인은 이어 "정부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역사가들이 평가하고 정리해야할 과거사 문제에 정치권이 매달리지 말고 현안 문제들을 앞장서서 해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임 대변인은 과거사 문제가 마무리됐으면 하는 차원에서 최근의 사례들을 지적한다고 전제한 후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박근혜 대표를 공격하기 위함인지 또는 한나라당을 공격하기 위함인지 '프락치' 운운하면서 조금 험한 말들을 했다"면서 "이 의장은 자리가 바뀌었다고 그렇게 말하지 말고 한나라당에 있었을 때와 같은 초심으로 돌아가 주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공무원 다잡기에 직접 나서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며, 중요한 국정운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대통령이 나서서 소위 규율 반장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변인은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의 규율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부디 대통령은 규율반장 정도를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바라는 여러 가지 긴급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