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병희>

정부-여당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 야당, '국민동의 안 받은 일방적 발표 반발' - 정부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당초 유력하게 떠올랐던 충남 연기, 공주로 최종 확정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김안제 서울대 교수) 공동위원장인 이해찬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제6차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4개 후보지 평가 결과 100점 만점에 88.96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충남 연기, 공주를 신행정수도 입지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이 지역은 국가균형발전 효과, 국내외에서의 접근성 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으며 대전, 충북, 충남의 중심지역에 위치해 균형발전 효과 뿐 아니라 국민통합 효과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총리는 최종 후보지 발표를 늦춰달라는 야당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입지를 발표한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지 선정에서 제외된 3개 후보지에 대해 각종 규제로 인해 초래되는 주민 불편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입지 확정의 지연은 토지보상비 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또 "행정부는 국회에서 여야의 압도적 합의로 제정된 법률을 충실히 집행할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이 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호소한 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문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10월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최대한 설명하고 헌재의 결정에 따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경제도 어려운데 왜 돈을 쏟아 붙느냐'는 잘못된 비판에 현혹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이를 계기로 과밀화된 수도권을 경제,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고, 국토가 균형 발전하며, 국민의 삶의 질이 올라가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한나라당 등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정치권을 뜨겁게 달궈놓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수도이전 계획 발표는 무효"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이전계획에 구멍이 많이 나 있는 데 무조건 가겠다는 자세는 매우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예정지 확정 발표는 법률사항이 아니고 얼마든지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정한 타깃에 무조건 맞추는 것이 법률집행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또 "신행정수도특별법에는 기본계획 수립에 있어 입법부와 사법부 이전도 행정부가 수립한 뒤 동의를 얻게 돼 있다"며 "총리는 자기들이 안할테니 알아서 하라고 했는 데, 법에서 하라고 하는 것은 안하고 안해도 되는 것은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1일 "국회 안에 '행정수도특위'를 조속히 설치하고, 그 곳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수도이전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특위 구성을 거듭 촉구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이사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 '당선 후 1년 이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고, 취임 이후에도 그런 발언을 몇차례 했으며, 최근에는 이 문제를 '국회에서 토론해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그런데도 정부가 행정수도 예정지를 오늘 중으로 발표한다면 한나라당도 나름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면서 "당 수도이전문제대책위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두 당 수도이전문제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이 국회 수도이전특위 구성을 통한 재검토 요구를 끝내 거부해 일정한 시점부터 독자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타당성 검토 작업에 들어가겠다"며 "연말 행정수도 이전 확정발표 전에 찬성 혹은 반대, 국민투표 여부를 포함한 당론을 분명히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도 10일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기 힘들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경제적 후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반대당론을 최종 결정했다.

민노당의 주대환 정책의장은 "수도의 기능을 특정지역으로 대규모로 옮기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며 수도이전 반대 당론을 재확인하면서 "대안으로 행정수도 기능과 산하기관을 전국적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장전형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뭔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청년실업이 30%를 넘고 있는 마당에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수도이전이 그렇게 급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 대변인은 "현 정부의 임기 중에 첫삽을 뜰까말까한 수도이전 문제를 '임기중 한건'이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인다면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하면서 "수십년이 걸려도 모자랄 수도이전을 국민동의 없이 밀어붙인다면 부작용을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반드시 국민적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법에 따라 당정협의를 통해 착실하게 진행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야당의 주장을 정치적 공세로 몰아세웠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이날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일대 프로젝트로 여기에서 그만둘 이유나 명분이 없다"면서 "국회에서 만들어준 법대로 정부가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장은 또 "발표를 연기하라는 주장은 사실상 행정부에게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야당측 주장을 반박한 뒤 "당정협의를 통해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다수당일 때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법률을 지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법치국가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지금이라도 폐지법안을 낸다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여론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행정수도 예정지가 공식 발표되면서 신행정수도 건서설 작업이 가속도를 내는 만큼 야당의 공세를 비롯한 적지않은 쟁점들이 있어 추진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여러 지난 7월12일 '수도이전 위헌 헌법소원 대리인단'(간사 이석연 변호사)이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선소원을 제기해 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헌재 결과에 따라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본안 소송과는 별개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돼 있는 상태라 정부로서는 부담이 더욱 큰 상태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본안소송과 함께 가처분신청도 당연히 각하 또는 기각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신행정수도 건설작업은 그 시점부터 중단되게 된다.
만약 추진위 활동이 중단된다면 예정지 고시, 토지수용 등의 후속작업이 전면 중단되는 등 예정된 최종입지 고시계획부터는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또한 수도권 지자체들의 강력한 반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 인천시 등 중부지역 지자체들은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위원회에 인력을 파견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는 아예 공개적으로 수도이전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만약 다른 지자체가 조직적으로 연대해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을 반대해 나갈 경우 신행정수도 건설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 이전보류 방침으로 지금은 수면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천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야당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여저히 천도로 바라보고 있는 데다 앞으로 자체판단을 거쳐 입법, 사법부가 신행정수도로 이전해 가기로 결정할 경우 천도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