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국내언론비서관.. 東亞日報 '엽기적인 칭송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분별력 없어' - 지난 9일 '동아.조선은 저주의 굿판 걷어치워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청와대 양정철 국내언론비서관이 14일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향해 '당보(黨報)'인지 '신문'인지 그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양정철 비서관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최근 자신이 제기한 행정수도 이전 보도 비판에 대해 두 신문은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태도는 매우 비겁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양 비서관은 특히 조선.동아의 침묵은 사명(社名)이 적시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본질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지난 동아일보가 박정희 정권 시대에 자신들이 행정수도 이전을 긍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안보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면서 "안보측면을 중시하는 것과 신문 보도 기사체에서 도저히 등장하기 어려운 엽기적인 칭송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분별력이 없는 신문"이라고 말했다. 

양 비서관의 이날 독설은 주로 동아일보를 겨냥, 1972년에 게재된 기사부터 시작해 지난 7월 13일자(동아일보 2면)제목 '땅 팔아 빚 갚으려 했는데, 부도 날 판'이라는 기사제목까지 제시하는 등 치밀함을 잊지 않았다. 

그가 제시한 통계자료를 보면 당시(1977.2.11.∼1977.2.19) 동아일보의 관련보도는 총 25건. 모두 합하면 3518행이고 이 가운데 수도 이전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홍보'한 문장이 전체 58.2%인 2049행에 달했다.

양 비서관은 특히 동아일보가 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는 주장 자체가 '동아일보식' 보도라고 폄하했다.

또 그는 동아일보가 '비판'의 근거로 제시한 사례는 '수도 이전 적극 찬성을 전제로 한 애정 어린 조언과 당부에 불과하다'면서 "오히려 수도 이전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최근의 일방적 흠집 내기, 비판을 위한 비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양 비서관은 동아일보가 수도 이전 찬성을 대전제로, 점검해 봐야 할 문제점 지적이나 우려요소, 당부나 대안 등 비(非)긍정적 내용의 문장은 531행이었고 전체 15.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행정수도 이전 관련 보도에서 부정적.비판적 내용이 80.5%에 달하고, 지지나 찬성은커녕 가치중립적 내용이 19.5%에 불과한 수치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 비서관은 "수백 건 기사 가운데 양념거리 같은 비판기사 몇 건으로 편파보도의 면피를 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디에도 왜곡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치부를 둘러싼 검증은 부당한 전쟁이고, 자신들이 벌이는 편파적인 공격과 시비는 언론자유라는 논리를 내세운 오만이고 독선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청와대, 이제 앞뒤 보이는 것 없다
박근혜 패러디 보도 건으로 이성 상실

청와대의 이같은 동아.조선에 대한 비난 발언의 동기는 동아일보가 14일자에 보도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패러디'사진을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는 보도를 함으로서 청와대의 '비윤리적'행태에 따른 여론의 파문이 커지자 이에 대한 보복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자 보도에서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제1야당의 대표를 지낸 여성 정치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사진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이 청와대의 신경을 더욱 자극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이해찬 국무총리까지 한결같은 목소리로 '네티즌이 만들어 올려놓은 사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의 사진이 게재된 사이트가 청와대 홈페이지이고 관리책임부서 역시 청와대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인한 비윤리적.반도덕적이라는 사회적 비난여론은 '자업자득'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청와대 비서관들의 독설이 부쩍 잦아졌고, 그 발언의 형태는 일국(一國)의 국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의 발언 행태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갈 정도다.

특히 이들은 간접적이나 또는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발언도 직설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 비서관들이 지난 9일부터 연일 입에 담지 못할 발언들을 조선.동아에 쏟아내고 있는 현상은 오늘의 일시적 감정표현이 아닌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온 후 국정홍보비서관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청와대 홈페이지는 14일 오전 내내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비서실은 이 문제로 책임소재를 따지는 등의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