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3일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모욕하는 저질 패러디 사진>

네티즌이 올린 '선정적 장면' 삭제않고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그대로 올려.. 한나라당, 정치적 공작 아니냐 '의혹'제기 - 노무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보이는 한 네티즌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저질스럽고 낮 뜨거운' 패러디 사진을 청와대가 삭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문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드라지게 편집해 초기화면에 올려 정치권의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논란은 '첫비팬'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네티즌은 13일 오후 2시43분에 청와대 홈페이지 회원 게시판에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해 '조선, 동아의 말바꾸기'라는 제목의 두 신문의 논조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그 내용은 최근 청와대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동아, 조선은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 주장했던 내용을 그대로 축약한 것이었으며, 이 글의 끝에 남녀간의 불륜의 내용을 담은 영화 최민식,전도연,주진모 주연의 '해피엔드'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이미지 사진을 올리면서 논란의 발단이 시작됐다.

그 사진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전도연의 얼굴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얼굴을 합성시켰으며,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불륜상대 주진모의 (눈 부분을 '조선/동아'라는 글씨로 모자이크 처리)가 러닝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선정적인 장면이었다.

이 네티즌은 사진 하단에 '자기야 지금 이 순간만은 서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 해피! 에라이∼'라는 제목을 붙여 마치 박 준대표와 두 신문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양 시사했다. 지만 더 큰 문제는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가 이 글과 사진을 방문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초기 화면의 '열린마당' 맨 상단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실은 동아일보가 14일자 보도로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뒤 "청와대가 제1야당의 대표를 지낸 여성 정치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사진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는 국정홍보비서관실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음란성 글, 욕설, 지나친 인신공격 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을 삭제 또는 해우소로 보냅니다'라는 회원용 게시판 운영 원칙을 공지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14일 오전 9시경 문제의 글과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 글이 올려진 뒤 18시간20여분 가량 게시되었기 때문에 적지않은 국민들이 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의 패러디 사진 파문이 일파만파 번져 나가자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14일 패러디 사진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편집, 게재한 대해 담당자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실장은 이날 오전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실무진이 부주의했으며, 판단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뒤 정상문 총무비서관에게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과 실무 행정요원에 대해 청와대 문책 종류중 중간급에 해당되는 문서로 강력하게 '경고'하라는 내용의 문책을 지시했다고 전한다.
이에 이병완 홍보수석도 이날 회의에서 "불미스런 실수가 발생한데 대해 유감"이라며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사진이 아닌 글을 보고 판단해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 코너 첫 화면에 올렸다는 게 실무자의 해명이지만 오늘 회의에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있어 관련규정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대정부질문장 분위기 험악
李총리, 네티즌이 올린 것에 불과  

열린당의원들, 이 총리 지원 사격: 한편 한나라당은 14일 열린 국회의 사회. 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이해찬 국무총리룰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야당 의원들간의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첫 공격수로 나선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이 총리와 지은희 여성부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박 의원은 "여성에 대한 폄하이자 야당 대표에 대한 인권 유린"이라며 "정치적의도가 깔린 청와대의 공작 아니냐"고 따졌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맞다"며 박 의원을 공세에 가세했다. 이어 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담당 홍보수석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답변에 나선 지 장관은 "적절치 않고 여성폄하적인 패러디로 잘못된 것"이라고 대체로 시인하면서도 "청와대에서 만든 것은 아니고 패러디를 올린 네티즌이 누군지 찾을 수 있는지, 삭제 속도가 왜 늦었는지 알아보겠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이 총리를 상대로 "청와대가 초기 화면에 패러디를 띄워서 전 국민이 야당 대표를 패러디한 사진을 다 봤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국회의사당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자고 몇차례나 다짐했느냐. 사실을 갖고 말해야 한다"며 "그것을 청와대가 벌인 공작이라고 한다면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또한 이 총리는 "청와대 홈페이지는 개방돼서 누구라도 접속할 수 있고, 네티즌 중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 나이 든 사람들이 보기에 어처구니없는 일도 많다"고 해명하면서 "관리자가 빨리 삭제 못한 것은 부주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네티즌이 올린 것을 갖고 파면하면 어떤 홍보수석이 버텨내겠느냐"며 파면 주장을 반박했다.

그리고 이 총리가 박 의원을 향해 "상식적으로 말씀하시라"고 역공을 취하자, 박 의원은 "총리가 상식이 없다"고 맞받는 고성이 오갔다.

이처럼 이 총리와 박 의원간에 고성이 오가자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이런 답변 듣자고 (총리) 인준해 준 줄 아느냐" "총리가 너무 고압적이다" 등 이 총리를 성토하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여당 의원들은 "질문 같은 질문을 해야지"라며 이 총리를 지원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