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對 반노, 계층, 지역간 심각한 국론분열 우려.. 입법, 사법, 행정부, 시민단체 전반 최대 이슈 등장 - 참여정부 최대의 과제인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12일부터 대전을 시작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전국 공청회에 착수한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에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가처분신청을 제기함에 따라 본격적인 법리논쟁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정당과 국회는 이날 열린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이는 등 정치권의 공방이 자칫 친노(親盧)대 반노(反盧), 계층, 지역간 대립 구도로 비화될 조짐마저 나타나 심각한 국론분열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의원 50명을 포함해 대학교수와 공무원, 대학생 등 169명으로 이뤄진 청구인단을 대리한 '수도이전 위헌 헌법소원 대리인단'(간사 이석연 변호사)은 이날 오전 제출된 헌법소원 청구서를 통해 ▲수도이전이 헌법상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중대사안인데도 국민의 동의없이 강행돼 참정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재정투자의 우선순위를 무시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제출하고 헌재 결정시까지 건설추진위원회의 활동을 전면 중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만약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신행정수도의 최종 입지 선정이나 토지수용 작업 등 추진위의 향후 활동은 전면 중단된다.

대리인단의 주장은 크게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제정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법규상 문제점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즉 '절차적 하자'란 신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시가 특별시로서의 지위를 잃고 광역시로 전락함에도 법 제정시 서울시와 협의가 거치지 않아 서울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법을 위반하고 서울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 의결과정에서 청문회나 공청회를 거치지 않아 국회 역시 국회법을 위반한 거은 물론, 국회 의결전 대통령 결제를 거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국회 의결후 대통령의 결제를 거치도록 해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국민적 합의없이 충청지역을 신행정수도로 못박은 것은 대선기간 표를 얻기 위한 정략으로서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했고 국민의 세금을 합의없이 엉뚱한 곳에 사용해 납세권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헌법소원에 범정부적으로 강력 대응키로 하고 최재덕 건설교통부 차관을 반장으로 '헌법소원 대책반'을 구성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 차관은 시민단체의 헌법소원제기와 가처분신청 제출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현재성, 직접성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이번 헌법소원은 이러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청구내용도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제정을 일종의 '통치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헌법소원은 당연하게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피고'의 위치에 있는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의 기본시각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초반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청구인단이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활동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제출했다는 점에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를 중심으로 재판에 적극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내심 '각하 내지는 기각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사법부측 판단을 낙관하면서도 이번 헌법소원의 최종 결정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예의 주시하는 등 "일단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격적인 헌법소원 제기로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격화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향후 정책집행에 있어 상당부분 장애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 문제를 둘러싼 정책적 공방이 자칫 '친노' 대 `반노'의 대결 구도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행정수도에 대한) 졸속반대의 이면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거부감, 대선 결과에 대한 불인정이 들어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로, 사법부 판단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저의는 정권 흔들기이자 그 배경에는 지역주의적 색채가 깔려있으며 수도권의 부유층.상류층의 기득권 보호 측면도 있다"고 말하는 등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움직임을 '정권 흔들기'라며 강력히 비난하는 등 정치 공방에 불을 붙였다.

이는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찬반 여론의 배경에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인정과 불인정, 계층간 이해 충돌 등이 깔려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노 대통령의 최근 '불신임'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여권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해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을 '부유층 보호' '반노 세력' '지역주의 색채' 라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여권이 '수도이전 재검토'를 편가르기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논리빈곤에서 비롯된 패배의식을 발로"라며 역공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최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반대여론과 함께 사회적 합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지금 수도이전의 기대효과와 비용을 모르겠다고 한다. 내용을 안 다음에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청와대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와 특정신문 탄압을 멈춰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여권) 핵심인사들까지 수도이전 반대가 대통령 불신임, 흔들기, 탄핵세력과 연결돼 있다고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송월주 스님, 이석연 변호사, 이영로씨 등 명망가가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고 탄핵세력의 앞잡이를 한다는 것이냐"고 비난에 가세했다.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에서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 요구를 '정권반발' '정권흔들기' '대선불인정' '정권퇴진요구' '대통령 불신임' 등으로 보는 것은 '탄핵횡재'의 미련이 남은 친노 세력들이 수도이전을 정권안보에 이용하는 것"이라며 "질 낮은 정략적 정치놀음"이라고 비판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