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보위, 의문사위의 변형만.김용성씨 민주화 인사 결정 기각.. 의문사위 심의기준 큰 타격 - 지난 1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가 남파간첩과 빨지산 출신의 비전향 장기수를 민주화 인사로 인정한 것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보위)는 6일 "간첩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의문사위의 결정을 기각했다.

이날 111차 회의를 가진 민보위는 의문사위가 지난 2002년 9월 이송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심의에서 변형만씨와 김용성씨 등 간첩 사건 2명에 대해서는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따라 제2기 의문사위가 지난 1일 인정한 남파간첩과 빨지산 출신 3명에 대한 민주화 인사 인정 문제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민보위는 이날 기각 이유에서 "민주화운동이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부인하고 국가안전을 위협한 사람들이 수감중에 반(反)민주악법의 폐지를 주장했다고 해서 그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인정할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의문사위가 민주화인사로 규정한 변형만.김용성씨는 모두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징역15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가 보호감호 중인 지난 1980년 사회안전법 폐지와 보안감호제도 철폐, 보안감호 수용자들에 대한 처우개선 등을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다 감호소 측이 강제급식을 하던 중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의문사위원회는 이들이 "보안감호 처분의 부당성을 알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켰고 간첩행위의 형기 종료 등의 이유를 들어 '강제급식 전후의 행위'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성 여부의 판단기준"이 된다며 민주화 인사로 결정했다.

의문사위의 주먹구구식 판단
위원들, 전문가 집단인지 의심스러워

지난 1일 의문사위가 민주화 인사로 인정한 손윤규,최석기,박융서씨 등 3명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대한민국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의문사위는 이들이 감옥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군(軍)부 정권인 유신정권 시절이었고, 군 내에서 자행된 온갖 강압 속에서도 끝내 자신들의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것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점으로 평가했다.

의문사위가 민주화 인사로 인정한 이들 3인이 사상전향을 거부한 이유는 분명 대한민국의 민주체제 수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또 우리와 전혀 다른 북한의 사상을 수호하다 죽어갔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내에서는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의문사위는 이들의 목숨을 건 사상수호가 마치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심사위원들의 전문가적 자질까지 의심케 하고 있다. 

또 손윤규,최석기,박융서씨 등은 사상전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사위는 이들을 민주화 인사로 인정했다.

이같은 사실은 곧 의문사위의 활동범위가 국적을 초월해서까지 가능한 것인지 '애매모호'하다는 여론의 지적을 받고 있다.

민보위, 민주화 인사 인정범위 한정
의문사위 활동에 상당한 영향 미칠 듯

민보위는 이번 기각 결정에서 민주화 인사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함으로서 추후 이같은 문제의 재발 가능성 방지를 분명히 명시했다.

민보위는 민주화운동의 범위에 대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의문사위의 이번 남파간첩과 빨지산 출신들에 대한 민주화 인사 인정은 매우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민보위가 특히 "수감중에 반(反)민주악법의 폐지를 주장했다고 해서 그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은 의문사위의 심사기준이 좀더 타당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의문사위의 이번 남파간첩과 빨지산 출신에 대한 민주화 인사 관련 심의기준은 그때그때 마다 해석하기 편리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