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 부부가 鄭장관 승인 얻은 것처럼 꾸며 전달.. 청와대 발표 곳곳에 의문점 투성이 -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의 교수임용 인사청탁설 의혹과 관련, 청와대는 5일 정 장관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동채 장관은 통화내역 분석 결과 (관련자들과) 직접 통화한 사실이 없으며, 인사청탁과 과정에서 정 장관 본인의 이름을 거명하도록 승낙하거나 용인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조사과정에서 제보자인 정진수 교수를 제외한 관련자 다섯 명의 전화 17대에 대한 최근 통화내역을 입수 분석한 결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심모 교수가 인사청탁에 개입한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당사자인 김모씨와 남편인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는 심모 교수에게 교수임용 청탁을 했고, 심 교수는 6월 11일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만나 김씨의 임용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또 부탁을 받은 오 전 차관은 6월 18일 정진수 교수를 만나 김모씨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청와대 조사결과 밝혀졌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사건은 당사자인 김모씨와 서영석씨가 정동채 장관(당시는 의원 신분이었음)의 승낙을 얻은 것처럼 말을 꾸며 심 교수를 통해 오 전 차관에게 전달했고, 오 전 차관은 정진수 교수를 만나 정 의원의 부탁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오지철 전 차관의 인사청탁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징계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오 전 차관이 이미 지난 1일 사표를 제출해 다음날 수리되었기 때문에 징계대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모 교수에 대해서는 관련 사실을 문화관광부에 통보해서 추가 조치를 취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청와대는 정 교수의 진정 건이 5일이나 늑장 처리된 것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담당 부서의 업무 부주의에 큰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진단됐다"며 "앞으로는 민원 관리자를 행정관리자로 상향 조정에 업무에 주의를 더욱 기울이고 직원 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서 민원의 구분을 철저하게 하도록 하고 동시에 청와대 및 비리제보 관련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문자메시지 통보가 전달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친노(親盧)사이트인 서프라이즈 대표 서영석씨의 부인 김모씨의 교수임용 청탁사건은 당사자인 김모씨와 서영석씨의 해프닝으로 결론지어 졌다. 그러나 서씨의 경우 처음부터 부인 교수임용 청탁사실을 극구 부인했던 점으로 미뤄 볼 때 청와대의 이날 조사결과 발표는 많은 부분에 '의혹'이 남아있다. 

청와대 조사 곳곳에 의문 투성이
예견된 결과.. '시나리오'적 느낌 짙어

몇일 전 세계일보가 '정동채 장관 취임 전 김모씨 교수임용 청탁 의혹'이라는 내용을 보도하자 청와대는 사실조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정 장관의 관련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또 정 장관 등 관련자 일부는 법적인 대응까지 착수했다.

그런데 청와대 이번 조사에서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심모 교수가 관련된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 것은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서경석씨는 물론 서씨의 부인 김모씨, 그리고 당초 이 내용을 청와대 신문고에 제보한 정진수 교수,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 중 그 누구에게서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심모 교수가 개입돼 있다는 말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청와대 조사에서만 심모 교수가 개입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청와대 조사에서는 심모 교수가 김씨와 서씨을 말을 듣고 오 전 차관에게 정동채 당시 의원의 승낙을 얻어낸 것처럼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또 그 말을 믿은 오 전 차관은 정진수 교수를 만나 김씨의 교수임용 청탁을 했다는 것인데, 여기에서도 상당한 의문점을 저버릴 수 없다.

당시 오 차관의 경우 심모 교수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들었다면 이미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잠정 내정돼 있는 정동채 의원에게 한번쯤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충동을 느꼈을 것이고, 또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조사발표에는 오 전 차관이 당시 정동채 의원에게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본인 스스로 정진수 교수를 만나 김씨의 교수임용청탁을 했다는 것은 스스로 책임질 일을 회피하려는 우리 공무원들의 관습으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서씨, 당초 강경한 입장 급선회
왜 갑자기 대표직까지 사임했나

처음 부인의 교수임용 청탁 사실이 불거지자 서씨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반박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렇게도 강경기조를 유지하던 서씨가 불과 5일만에 입장을 급선회 하며 서프라이즈의 대표직까지 사임했다. 
 
이날 대표직을 사임한 서씨는 공개사과문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누를 끼친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본의 아니게 이름을 거명시켜 명예에 누가 됐던 정동채 장관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서씨는 또 "자신이 행한 행위가 사법적인 단죄를 받아야 한다면 이 역시 달게 받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불과 5일전만 해도 고고한 태도를 보였던 서씨가 이렇게 태도변화를 보이는 것에는 또 다른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서씨의 사과문 발표와 청와대의 조사결과를 대비해 보면 이번 서씨 부인 김모씨의 교수임용 청탁건은 결국 서씨 부부가 만들어낸 '자작극'이며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서씨가 서프라이즈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발표한 것처럼 자신이 사법적 단죄를 달게 받겠다고 선언한 것은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서씨의 이같은 표현이 과연 서씨 본인의 의사인지, 아니면 어떤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인지는 앞으로의 진행과정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