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정브리핑=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故 김선일씨 유해>

시민들, 제발로 간 젊은이가 죽음이라니.. 외교부 아직도 반성하는 자세 안 보여 - 이라크 테러단체에 의해 피랍 살해된 고(故)김선일씨의 유해가 26일 오후 5시25분 대한항공 KE95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살아서 제발로 공항을 걸어나간 한국의 한 젊은이가 낮선 이국땅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무자비한 죽음을 당해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고향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번 김선일씨의 피랍 살해사건은 정부의 무책임한 재외교민 안전대책에 상당한 허점을 드러낸 만큼 정부부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급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교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외교부는 AP통신의 '한국인 피랍사실 확인'에 대해 책임회피로 일관하다 결국 2틀도 지나지 않아 사실을 털어놓는 어처구니없는 처사를 연발했다.

만일 AP통신이 김선일씨 피랍사실확인 당시 외교부가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업무에 임했다면 김선일씨의 무사구출은 보다 희망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 여론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교민들의 안전을 직접 책임지고 있는 부서이면서도 그 실질적 업무에는 태만(怠慢)했다는 사실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현재 외교부는 '외무관(사무관)이 그런 내용의 전화를 받은 것 같다'는 정도의 무성의한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외교부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김선일씨의 직접적 사인(死因)은 이라크 테러단체에 의해 저질러 진 것이지만, 그 1차적 책임이 외교부에 있는 것이고 보면 이번 AP통신의 '피랍사실확인'에 대한 외교부의 묵시적 간과행위는 '직무유기'차원을 떠나 형법상 '살인방조(살인방조)'에 가까운 행위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현 정부의 무능력함과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에 근무자세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말로만 정치를 하다 보니 자국민이 외국에서 죽어 가는 것도 모른다'며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못 주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여론이 확산되지 청와대는 사태가 마무리된 후 외교부의 전면 경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곤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고 나섰다.

외교부와 국정원,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국내 정보라인의 총교체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청와대가 어떤 형태의 개각을 단행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국민여론을 감안한 정도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한편 김선일씨 피살 사건이후 국내 각 방송사와 신문들은 외교부의 '책임회피설'에 초점을 맞추고 이 사건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방송사의 경우, 특히 라디오 방송에서는 토론자와 질문자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책임을 AP통신사에 전가하는 듯한 발언이 잇달았다. 

26일 모 라디오 방송에 나온 토론자는 'AP 통신이 어떤 이유에서 김선일씨 피랍문제를 단 한번만 외교부에 확인했는지 궁금하다'  '비디오테입을 왜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을까' 등 외교부의 미흡한 초기대응 지적보다는 AP통신의 취재관행에 문제점이 더 많지 않았나 하는 식의 토론을 펼쳐 청취자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