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문제, 대국민 신뢰성과 직결.. 감사원, 국민 '불신' 해소 주력 - 김선일씨 피랍살해 사건과 관련 외교부와 AP통신이 진실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은 25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감사원의 조사는 외교부 뿐 아니라 정부부처 전체에 대한 대국민 신뢰성과 연관이 있는 만큼 신중하고 정확한 조사를 거쳐 진실을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파문 조사에서 AP통신이 거짓으로 이같은 보도를 했다 하더라도 이미 외교부에 대한 대내외적 공신력은 추락을 모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감사원 조사에서 외교부가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또는 직원이 그 사실을 숨겨온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외교부 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모든 정부부처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감사원의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25일부터 조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행정.안보감사국 감사요원 16명으로 감사반(반장 황숙주국장)을 구성하고 외교통상부를 비롯해 주이라크 한국대사관 등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펼쳤다.

감사원의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AP통신이 확보하고 있다는 김씨의 피랍 직후 녹화 비디오테이프를 입수 분석할 방침이다.

또 감사원은 이 비디오테이프 내용을 토대로 AP통신이 한국외교부에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낼 계획이다.

이와함께 AP통신이 김선열씨 피랍관련사실에 대해 한국외교부에 확인을 하던 당시 내용 전달사항에 대해서 문제가 없었는지, 또 외교부 직원이 사안의 긴박성을 망각하고 무심코 스쳐지나가 버린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감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사원은 또 감사대상기관은 아니지만 조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가나무역과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던 AP통신에 대해서도 이번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할 방침이다.   

이번 AP통신과 외교부의 이같은 진실공방이 확산되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외교부 쪽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외교부는 AP통신의 보도가 나온 직후 "AP측에 사실 확인을 거듭 촉구"하는 한편 "사실확인 상대자를 안 밝히면 가능한 모든 조치 취할 것"이라는 등의 극단적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우리 외교부의 실책을 추측하는 여론층에서는 AP통신 측이 어떤 목적을 위해 거짓으로 이같은 보도를 했다면 관련 비디오테입 확보 얘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지적이고 보면 결국 외교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AP측이 외교부에 사실확인을 문의했다는 날짜와 김선일씨 피랍시점이 어느정도 일치선상에 있다는 점도 이번 감사원의 조사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AP통신이 김선일씨 피랍 직후, 조사를 받는 내용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그동안 한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김선일씨가 살해되고 난 뒤에서야 테이프를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날 감사원이 본격 조사에 착수하자 신봉길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AP피랍문의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다"며 "외교부는 감사원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모든 협조를 할 것이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또 AP통신 측이 끝까지 '문의상대자'를 밝히지 않을 경우 "감사결과를 보면서 추가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의 조사에서 만일 외교부의 조직적 은폐사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외교부의 이같은 항변은 돌이킬 수 없는 행태로 기록될 수 있다. 

한편 김선열씨 피살사건 이후 김씨의 관련 동영상이 해외사이트들을 통해 유포됨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25일 28개의 URL 34개의 IP를 긴급 차단했다.

정통부는 또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정보교환 및 신속한 신고처리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정통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관련기관 직원 60여명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계속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