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추가 지원 및 재발 방지책 마련 분주 -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된 김선일씨를 구출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백방으로 이뤄지는 등 17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초당적 협력' 속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추가 파병을 둘러싸고 민노당 의원들과 함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당론 달리 '파병 반대'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김선일씨 구출에 있어서 만큼은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당 지도부와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초당적 협력을 천명한 한나라당은 22일 외교안보 태스크포스(위원장 이상득)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는 등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한 나름대로의 지원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노당도 전날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해 '이라크 종교지도자와 모든 단체에 드리는 호소문'을 영어로 번역, 알-자지라와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에 전송한 데 이어 22일 오전에도 국회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를 해치지 말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우선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를 통해 김씨의 석방을 호소할 예정이며, 이미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석방도움을 요청한데 이어 이날도 이들과 접촉해 적극적인 구명 운동에 나서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영선 원내대변인은 "오늘 오전 정책의원 총회에서 모아진 의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천 원내대표가 직접 김씨의 석방을 호소할 수 있도록 현재 알-자지라측과 접촉중"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초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알-자지라 방송에 직접 출연했던 윤호중 의원은 아들의 무사생환을 간구하는 김씨 부모의 애끊는 육성이 금명간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방영될 수 있도록 카타르 재단측과 접촉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지난 4월 저항세력에 납치된 일본인들이 석방된 데는 당시 알-자지라 위성방송을 통해 방영된 부모들의 절규가 적잖은 역할을 했다"며 석방 가능성을 기대했다.
 
앞서 22일 새벽 윤호중 송영길 의원 등은 알-자지라를 통해 "한국군은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파병됐으며, 김씨를 해칠 경우 한-이라크 우호관계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하 석방을 호소했으며, 21일 오전에는 초. 재선의원 34명이 참여하고 있는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김씨의 안전한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영문으로 작성해 알-자지라측에 전달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김선일씨 구출'과 관련해 초당적 협력을 천명한 한나라당은 22일 대책회의를 소집해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한 나름대로의 지원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모든 개인일정을 취소하고 당초 예정에 없던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상득, 맹형규, 황진하, 송영선 의원 등 당내 외교안보태스크포스팀과 김씨의 석방을 위한 야당 차원의 지원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무엇보다도 현시점에선 김씨의 무사귀환에 모든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고 결론을 짓고 김씨의 석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당 차원에서도 가능한 방안을 적극 강구한 데 이어 또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교민안전대책 마련을 정부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중도보수노선'의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은 성명서를 내고 "이라크 종교 지도자들을 통한 종교적 접근을 통해 파병이 '재건과 평화유지'임을 적극 알리고 외교부장관이나 대통령이 알-자지라 TV 등 아랍방송을 통해 김씨의 무사귀환을 호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노당도 전날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해 '이라크 종교지도자와 모든 단체에 드리는 호소문'을 영어로 번역해 알-자지라와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에 전송한 데 이어 22일 오전에도 국회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를 해치지 말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민노당 김혜경 대표는 "김선일씨는 전쟁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민간인일 뿐이며 그의 귀환을 바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부모가 있다"며 "김씨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김씨의 '즉각 석방'을 호소하며 초당적 협력에 나선 이유는 김씨를 납치한 이라크 저항세력이 '참수' 시한으로 정한 22일 새벽이 지나 일단 한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정부의 공식 외교채널과는 별도로 국회와 민간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인질구출에 미력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김씨 납치사건을 계기로 추가 파병 철회 요구가 거세지는 데 정부 여당, 청와대, 그리고 파병에 찬성했던 한나라당은 적이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열린우리당 김원웅.이인영.박찬석.이은영, 유승희 의원 등 여당 소속 의원 18명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가파병은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반발을 불러와 현지 교민 안전에 대한 위협은 물론 국내에서의 대규모 테러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에 대해 이라크 추가파병을 중단하고, 파병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23일 여야 의원과 시민사회단체와 모임을 갖고 추가파병계획 재검토 권고 결의안을 작성해 이달 내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열린우리당 386세대 초. 재선의원 34명 모임인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은 이날 "미 부시 행정부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라크 전쟁을 합리화시킨 경위에 대한 해명과 함께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라"는 대미 비판성명을 발표했다.
 
민노당도 김혜경 대표와 권영길 의원 등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과 이미 파병된 서희. 제마 부대의 즉각 철수를 주장했다.

민노당은 이날 저녁 시민단체와 함께 광화문 등에서 이라크 파병 철회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오는 26일 국민행동과 함께 서울 명동에서 대규모 파병 반대 캠페인을, 30일 저녁에는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의 결말에 따라 이미 확정된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사건의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다른 문제와 연관시켜서는 안된다. 책임있는 정치인은 신중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 등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반면 파병에 찬성했던 한나라당은 파병 재검토 주장이 확산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박 대표는 이날 대책회의에 앞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병 재검토 주장이 불거지는데 대한 견해를 묻자 "그러면 안되죠"라고 잘라 말하면서 이런 일로 파병 결정을 바꾸면 오히려 테러를 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나라는 저렇게 하면 된다'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줘 더 안전을 지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리고 김덕룡 원내대표도 "구출협상 노력에 국민적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촛불시위, 파병반대 시위 등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김형오 사무총장은 정부와 여당에서 공식적으로 파병방침을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파병재검토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데 대해 "이런 중구난방식 사고방식이 김씨 납치세력을 고무시킨다"면서 "무책임하고 인기성 발언을 하는 집권당의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김선일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