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추진중인 신행정수도 기본 구상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보다 정치적 성향에 고착된 분위기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대법원 등의 주요 국가기관 85곳이 오는 2012년부터 신행정수도로 이전을 시작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신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앞서고 있다. 국민들은 전체적인 여론 수렴과정과 넓고 다각적인 공청회 실시, 여론공감대 형성 및 사회분위기 조성 등 정부가 앞뒤 순위를 망각각한 채 일단 '밀어 부치기식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8일 신행정수도에 수용하게 될 주요 국가기관으로는 감사원 등 11개 대통령 직속기관과 국무조정실 등 13개 국무총리 직속기관, 부.처.청 중 18개 부처 4개 처, 4개 청과 소속기관 등 74개 등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추진위는 또 이같은 계획안을 이달 중 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7월 안에 대통령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안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이와함께 추진위는 이러한 국가기관 이전계획 시안과 관련 9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공청회를 토대로 관계기관과 최종 협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공청회로 전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여론의 시각이다.

특히 한나라당 등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도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국민적 여론공감대' 형성이 절차의 가장 우선 순위라는 주장 역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3조4000억(비용은 예상 불가능한 수준)이나 소요되는 신행정 수도 이전에 이처럼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치적 문제다. 정부는 우선 신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노무현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편 이를 난국에 빠진 정치적 돌파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수도권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따라 선거당시 민주당출신의 노무현 후보에게 별다른 관심을 않았던 지방 유권자들의 관심이 '수도권 지방이전'공약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고, 특히 충청지역 민심이 동요하면서 오늘의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게 하는 주된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수도권 지방이전 문제가 지난 대선기간 중 갑자기 거론된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논의 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지방이전이란 노 대통령의 공약이 충청지역 민심을 한눈에 받게 된 것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표시의 일환으로 분석될 수 있다.

즉 기존 국내 정치권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적 발전이라는 기형적 도시모델형성에 집착해 왔고, 말로만 수도권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기존 정치권의 '공론'은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노무현 후보의 공약으로 지방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정치권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에대한 지방 정착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만은 점차 고조될 수 밖에 없었고,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신행정수도 지방이전 공약은 충청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자극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정치적 성향이 다분히 내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현 정권의 장기적 집권계획과 맞물려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업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공감대 형성은 더욱 필수적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과 6.5 지방재보궐 선거기간 중에도 재현됐듯이 지역구도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을 정치적 배경으로 활용한다면, 정치권은 또다른 신(新)지역주의 정치구도로 변질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

현재 추진위가 국가 중요기관을 이전하기로 잠정 결정한 시기는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2012년이다. 물론 추진위는 2014년까지 약 2년에 걸쳐 이전한다는 계획은 포함돼 있지만 2012년이라는 이전시기 결정은 정치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정부의 신행정 수도 추진에 대해 한나라당은 9일 노무현대통령과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명목으로 '천도'를 꾀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신행정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도대체 어느 지역으로 옮기느냐에 대해서는 언급 한번 없었고, 1년안에 대상지역을 결정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또 김덕룡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당초 계획은 행정수도 이전에 초점을 맞췄는데 지금은 국회를 포함해 사실상 수도가 이전되는 것처럼 변해가고 있다" 이같은 계획들은 추진에 앞서 '국민적 합의'이뤄져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