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임 총리후보로 지명된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

盧대통령 11일쯤 국회에 임명동의안 제출 예정 - 노무현 대통령은 고건 총리의 사퇴로 그동안 공석이 된 신임총리후보에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인 이해찬 의원(5선)을 8일 공식 지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신기남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홍재형 정책위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이 의원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만찬에서 책임감과 소신, 추진력을 갖추고 당정관계를 긴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찬 의원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면서 "당 지도부는 가급적 당내인사로 하는 게 좋겠다는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이 의원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이 의원을 신임총리로 지명한 것은 최근 청와대 내부에서 이른바 '돌파형 총리' 지명 기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예상을 벗어난 파격적인 인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 의원을 총리로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 의원의 '실천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이 의원은 지난 1988년 당시 평민당 간판으로 13대 국회 등원이래 내리 5선을 지내는 동안 서울시 정무부시장, 교육부장관, 세번에 걸쳐 여야의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하며 실무적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또 때로는 독선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일꾼'이라는 데는 당내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일하는 사람'을 찾을 것임은 지난 7일 국회 개원축하 연설에서 "부패청산과 정부혁신 두가지는 제가 책임지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데서 어느 정도 예고한 바 있다. 즉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 복귀이후 펼쳐지고 있는 참여정부 2기는 '개혁대통령-개혁 총리'구도로 가닥이 잡혀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2기 국정구도를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몽돌과 받침대'식 대통령과 총리구도를 염두에 두고 '김혁규 카드' 등을 계속 밀어 부쳐왔으나, 6-5 재보선 참패로 인해'개혁차질'이라는 여권내의 자체 분석이 작동하면서 2기 국정운영 전략을 '정면돌파'로 선회한 것이 이 의원 지명의 가장 큰 의미라는 게 여권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여권은 대통령-총리-여당 지도부가 모두 개혁적 색채를 띠는 구도로 형성되면서 개혁 강화노선은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집권1기는 각종 국정과제의 로드맵을 준비하는 이른바 참여정부라는 열차가 출발하기 위한 레일을 까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열차를 달리게 할 수 있는 기술자, 일꾼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를 위해서는 돌파력과 추진력을 갖춘 이 의원이 가장 적임자"라고 설명해 이같은 전망을 기정사실화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총리 지명자가 이날 저녁 의원회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정 개혁과제를 안정되고 힘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대통령이 나를 지명한 취지"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정치권의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상기류가 노출돼온 당, .청 관계를 긴밀히 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당내 권력구도 측면에서도 세력균형을 잡는다는 취지에서 5선 중진인 이 의원을 지명하게 됐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재야파, 비당권파가 '천, 신, 정' 당권파의 세에 다소 밀리는 듯한 양상이었으나, 이를 총리 지명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총리 지명이 향후 잠재적 여권 대권주자들과의 상관관계 등 여권의 권력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으로서는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교육부장관, 여당 정책위의장 등 당, 정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이 총리지명자에게 관료사회 장악을 통해 주요 핵심 개혁과제인 행정개혁을 힘있게 추진해 나가 달라는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그러므로 50대 초반 정치인 출신인 이 총리지명자의 뚜렷한 소신과 강한 주관이 각 부처 장악 과정에서 파열음을 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노 대통령은 7일 저녁 이 의원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총리 지명 사실을 직접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11일경 국회에 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면,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즉시 이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절차에 돌입한다.

국회는 총리 임명동의안이 제출된지 2일 이내에 13명의 특위위원을 선임해야 하며, 인사청문특위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안에 청문회를 마쳐야 하며 청문회는 3일 이내에 이뤄진다.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면 국회는 최종적인 인준 표결에 들어가며 재적의원 과반수 투표에 투표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인준된다. 따라서 이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은 빠르면 이달말 경 이뤄질 예정이어서 후속 개각과 참여정부 2기 정식 출범은 7월초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인준이 무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단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일단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미 노 대통령이 내세웠던 '김혁규 총리 카드'를 '배신자론'을 내세워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에 또다시 이 지명자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며 반대할 경우 상생 정치를 외면한 채 여권의 국정운영에 발목만 잡는다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총리지명 사실이 알려지자 "내놓고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청문회를 통해 총리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는 등 신중한 반응이 나오면서 크로스보팅(자유투표)를 실시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총리지명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교육부장관 시절 교육개혁의 공과(功過)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예상돼 상당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지명자는 교원정년단축 등을 통해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등 과감한 개혁조치가 있었지만 교원부족 및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 등으로 인해 '이해찬 교육세대'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시점에서 필요한 총리는 통합과 화합의 인물이어야 하고 경제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난번 교육부 장관 시절 교육정책 실정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받은 인물을 총리후보에 지명한 것은 의외의 인사"라고 말해 뜨거운 공방전을 예고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 비교섭단체 정당들도 이 총리지명자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한 가운데 인준 청문회에서의 철저한 검증을 다짐했다.

여당인 의원들도 "개혁적 관점에서 국정을 책임있게 이끌 적임자"라며 반색했다. 특히 '김혁규 카드'가 나왔을 때 반대 의견을 표명했었던 일부 열린우리당 소장파들도 이번에는 일제히 "당 .정 관계를 고려한 뛰어난 선택"이라며 환영하고 있는 것도 그의 인준 통과에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이해찬 총리지명자 일문일답

"대권에는 관심없어, 野와 정책조율 많이 하겠다"

이해찬 총리후보 지명자는 총리지명 발표직후인 8일 저녁 국회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세번에 걸친 여야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정협의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과제를 당정간 잘 협의해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많이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17대 국회는 수의 논리가 아니라 정책의 타당성을 가지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뿐만아니라 비교섭단체와 정책조율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리지명자는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권에는 별 관심 없다"고 일축하고 "총리로서 맡은 책무를 잘해서 국민들을 안심하게 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지명자는 자신의 총리지명 배경에 대해 "노 대통령이 어제 국회연설에서 언급한 부패청산, 정부혁신, 민생안정 등 3가지를 내각에서 힘있게 추진할 것을 기대한 것 같다"며 "국민들이 참여정부에 걸고 있는 기대에 최대한 부응하도록 성심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제 문제와 관련해 이 총리지명자는 "책임총리제는 지금 우리 상황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 다음 정부의 과제라고 봐야 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총리로서 역할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리지명자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제문제와 관련해 "지금 경제팀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매우 어렵게 느끼고 있다"며 "민생경제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공언했다.

다음은 이날 이 총리지명자가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총리로 지명된 데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
▲노무현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확실히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총리 맡으리라고 언제 생각해 봤겠냐. 시대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잘 따르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인식은 필요하다.
-노 대통령이 이 의원을 총리로 지명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노 대통령께서 어제 국회연설에서 언급한 부패청산, 정부혁신, 민생안정 3가지를 내각에서 힘있게 추진하기를 기대한 것 같다. 또한 참여정부가 총선이후 새롭게 출범하면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정책과제들을 안정되고 힘있게 추진할 것을 기대한 것 같다. 내 능력으로 하기 어려운 막중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두렵고 무거운 마음이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1년동안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정과제들을 이끌어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더 잘 하도록 의석을 확보해 주었는데 이러한 기대에 최대한 부응하도록 성심으로 하겠다.
-그동안 이 의원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는데.
▲교육부장관할 때부터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왔다. 선생님들한테 비판을 많이 받았던 게 정년단축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들한테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나 교육개혁은 자녀들을 위한 교육과제중 불가피했다고 해명하고 싶다.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 입각 등 개각방향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인준 절차를 밟아 제청권을 갖는 총리가 되면 대통령께 건의 말씀을 드리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
-당. 정간의 가교역할 복안은 있는가.
▲여야에서 정책위의장 3년에 걸쳐 3번해 당정협의를 많이 해봤다.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과제를 당정간의 잘 협의해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많이 할 것이다. 또한 여당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비교섭단체 등 야당과 정책조율을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주요정책에서 당정간의 이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체적 사안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관할부서 의견이 있고 당 의견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해서 답변 드리겠다.
-지명 연락은 언제 받았는가.
▲어제 저녁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이 저녁하면서 총리후보 기준에 대해 묻더라. 그래서 내가 당의장과 원내대표와 사전협의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어제는 대통령이 여러사람을 검토하신 단계였다. 저녁 이후 대통령이 고심하신 것 같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보는 받지 않았다.
-총리가 되면 주요법안 등 안건 투표에 참여하는가.
▲당의 요청에 의해 필요하다고 하면 해야 할 것이다.
-청문회 통과 자신하는가.
▲청문회 과정에서 성실히 최선을 다해 답변 드리면 의원님들이 판단하실 것이다. 17대 국회는 의원수로 하는 국회는 아니다. 타당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야당과 정책조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17대 국회는 수의 논리가 아니라 정책의 타당성을 가지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해야하기 때문에 야당측과 협의하겠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대표와 관계는.
▲김 대표는 서울에서 나와 함께 유일하게 낙선되지 않은 5선 의원이다. 70, 80년대 민주화운동할 때부터 잘 알고 동지로 활동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선배로 격의없는 대화를 하고 존경하는 선배다.
-침체돼 있는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은 뭐라고 보는가.
▲지금 경제팀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매우 어렵게 느끼고 있다. 민생경제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데 역점을 두겠다.
-구체적인 기업관과 노동관은.
▲국회의원 5번과 교육부장관 등을 하면서 사물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신중해졌다.
-대권에 관심이 없어서 총리에 지명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권에는 별관심 없다. 총리로서 맡은 책무를 잘해서 국민들을 안심하게 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책임총리제 구현되는가.
▲책임총리제는 지금 우리상황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다.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 다음 정부의 과제라고 봐야한다.
-이라크 추가 파병 등 민감한 문제는 어떻게 풀 생각인가.
▲국회의원은 문제를 단순화시켜 바라보는 게 있다. 총리는 집행을 책임지는 자리여서 여러가지 요소와 효과를 감안해 완급과 선후를 잘 가려야한다. 관료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하고 국민수요에 맞게끔 행정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의원역할과 다르다.

심원섭/정치전문대기자 dailypen@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