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는 발언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은 사전선거운동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고 여권은 '사적 발언에 대한 생트집'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25일 "대통령임을 망각한 막가파식 발언"이라며 " 그 뜻은 모든 국력을 소모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난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자 사전선거운동으로 선관위에 대통령의 불법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할 계획"이라는 최병렬 대표의 말을 전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도 "대통령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선관위 고발여부 등을 포함한 대응방향을 결정짓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대외적 의사표명도 아닌 사적 발언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트집정치를 중단하기 바란다"며 "비공개 송별 오찬에서의 사적 발언을 가지고 선거법 위반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트집"이라고 반박했다.

야권의 반발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대통령 발언은 민주당과 우리당 사이에서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정치권이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증폭시키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보실장은 또 "대통령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호남민심을 환기시켜 당으로서는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하면서 곧 입당할 대통령이 사석에서 그런 말도 못하냐"고 대통령을 거들었다.

한편 이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야권의 일부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 발언한 것이라지만, 굳이 특정 정당을 거론하면서까지 내년 총선 운운한 것은 사적인 발언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또 청와대의 "사적인 발언을 생트집 잡는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사석에서 그렇게 할말이 없어 총선을 거론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야권이 최근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여파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에서 이번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나빠진 여론의 시각을 돌려보려는 정략적 계획이 깔려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를 떠나 중도적 성향을 견지하고 있는 일부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편향적 시각에서 벗어나 생각해 볼 때 "대통령의 사적인 발언이지만 요즘 같은 예민한 시기에 이같은 말을 한 것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khyukc@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