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당대표회담에서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캠프 등에서 받은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치권이 뜨거운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비리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고,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나라당과 똑같이 비쳐지는데 대한 억울함의 호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병렬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건부 정계은퇴 언급에 대해 "준비된 발언인지 알 수 없지만 이회창 후보가 사용한 금액의 10분의 1 이상의 불법자금이 확인되면 손을 털겠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한편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비리의 책임을 호도 하려는 술책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박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이 폭탄선언과 정치도박으로 비리의 책임을 호도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10분의 1 이건 20분의 1 이건 부정한 돈으로 당선된 사실과 뇌물을 받은 사실이 판명되면 즉시 사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재신임 문제처럼 비리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재오 사무총장은 "자신의 대선자금 전모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자금을 축소 은폐하라는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라며 사전 짜 맞추기 수사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노 대통령의 조건부 정계은퇴 언급에 대해 성급하고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일단 비판했다.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혼선을 줄 수 있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왜 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노 대통령은 검찰수사에 간섭하거나 방해하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 쉽게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하다고 비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은 "한나라당이 저지른 불법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음에도 똑같이 비쳐지는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과 노무현 후보의 자금은 천양지차이고 죄질도 비교가 안 되는데 일부에서 검찰 수사의 균형을 운운하면서 억지로 양비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비록 노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문제가 있다"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노 대통경의 조건부 정계은퇴 발언으로 정치권의 우려와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선자금 수사와 맞물려 더욱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병희 기자 byunghee@massmedianews.com